2017/8/16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는 저자가 로스앤젤레스의 중앙 소년원에서 글쓰기를 가르친 일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곳에 수감된 아이들은 거의 전부 갱단 관련 살인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잘즈만은 이런 책을 쓰기에 딱 적임자다. 그는 남에게 공감할 줄 알고 동정적이지만, 약자에게 쉽게 무너지는 진보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책을 시작하면서, 그는 이런 종류의 일에 관련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들을 죽 나열한다. 거기에는 “전부 다 집단강간범인 학생들”, “1978년에 당한 습격에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더욱 분명한 내용으로는, “LA 카운티를 비스듬히 기울여 머리를 밀고 문신하고 다니는 자들은 모조리 바다에 처넣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가장 사랑한 학생의 재판에 참석해 참작할 만한 정상에 대해서 전부 듣고, 그날 밤 염려했던 대로 마음 아파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그의 슬픔은 “사법제도가 젊은이들에게 가하는 처벌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토록 좋아하게 된 누군가가, 그리고 그토록 상냥하게 보였던 누군가가, 장전된 총을 들고 영화관에 갈 정도로 바보스러웠고, 그것으로 세 명에게, 그중 두 명에게는 등에다 대고 쏠 정도로 폭력적이었으며, 그 후에도 영화를 보러 가고 싶어했을 정도로 냉담하다는 사실이 자꾸만 떠오르기”때문이었다.
(...)
이 책은 등장인물들이 배우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그런 책이고, 우리는 그런 소설과 영화를 수도 없이 보았으니, 엔딩에서 무엇이 나올지 알고 있다. 구원,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는 실화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배우고, 성장하고, 변화하고 나서도 30여 년의 형을 받는다. 그곳에서 그들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89-90p)
그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도 분명히 있다. 가령 내게 맞지 않는 책을 고집스럽게 보는 것에는 별 의미가 없으며, 그에 대해 글을 쓰는 것에는 더욱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괴상한 영국에서는 반대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우리는 맞지 않는 책만 끝까지 읽고, 그런 책에 대해서만 반드시 글을 쓴다. 어쨌든 그 결과 나의 독서는 좀더 집중력 있게, 우연에 의지하지 않게 되었고, 읽다가 신음소리를 내거나 코웃음을 치거나, 비웃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소설은 선택하지 않게 되었다.(142p)
‘너무나 많은 책들’에서 가브리엘 자이드는 이 칼럼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질문, 즉 ‘대체 무슨 상관인가?’와 씨름해보려고 한다. 왜 그놈의 책들을 읽으려고 드는가? 또 왜 그런 것을 쓰려고 하는가? 내가 해온 것보다 그가 더 깊이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대단한 통계가 몇 가지 있다. 가령 자이드는 여태까지 출간된 모든 책의 목록을 읽는 데만 15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저자와 제목”이라고 그는 명료하게 밝혀둔다. 아마도 출판사의 이름까지 알고 싶다면 7, 8년이 더 걸릴 것이다). 자이드의 의도는 우리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용기를 얻었다. 이제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내 경우라면 60대 초반에 마치게 되겠군), 정말로 그렇게 해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따지고 보면, 교육을 잘 받았다고 간주되는 것은 주로 누가 무엇을 썼는지 알고 있느냐의 문제니까. 누군가 해밀턴 이야기를 꺼내고, 여러분이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행오버 스퀘어’라고 말하면, 보통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목록을 읽고 나면 뭔가 기억에 남을 것이다. 책 그 자체는 절대 기억에 남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이드의 책에서 가장 멋진 순간은 두 번째 문단에서, “진정한 교양인이란, 읽지 않은 수천 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태연자약하게 더 많은 책을 원할 수 있는 이들이다”라는 부분이다.(158p)
보네거트는 이렇게 말한다. “알려줄 소식이 있다. 나는 폴 몰 담배를 만드는 브라운 앤 윌리엄슨 담배회사를 10억 달러에 고소할 거다! 12살 때부터 시작해서, 나는 필터 없는 폴 몬만 줄줄이 피워왔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브라운 앤 윌리엄슨은 담배 포장지에다 나를 죽여줄 거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82살이다. 고맙다, 이 사기꾼들.”(323p)
ㅡ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中, 청어람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