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1
자아의식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우리 문화에서 많은 이는 재미있다는 것을 자신의 존재에서 중요한 척도로 여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치보다 뛰어난 유머 감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절대 사실이 아닌데 말이다. 자신에게 유머 감각이 없다고 순순히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혼인 사람이 짝을 찾는 광고에서 자신의 매력적인 특징으로 가장 자주 거론하는 것도 유머 감각이다.(90-91p)
정말이지 그렇지 않은가. 재미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얘기를 하면서도 자신이 평균보다 웃기다고 생각하는 치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모두가 그렇다면 평균치라는 게 존재할 수가 있을 리가 있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식에 자신의 모습을 맞춰가는 데, 이는 사람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배우자, 가족, 직장 상사, 동료, 연인, 팬, 거리의 거지 모두 우리와 만날 때마다 우리에게 거울을 내밀고 우리는 그들에게 다른 자아를 드러낸다.
이들은 우리를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모든 상황을 알지 못하므로 결코 그렇지 않다. 유명인이 대중에 드러내는 모습과 진짜 모습을 다르다고 토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쿨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 의해 형성되는 정체성과 별도로 존재하는 진짜 정체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주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혹은 주위 사람들이 우리로부터 기대한다고 우리가 믿는 모습이다. 쿨리는 이러한 자아의 착각을 다음과 같은 논리적인 문장으로 요약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 아니며, 당신이 생각하는 내 모습도 아니다.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내 모습이라고 내가 생각한다.”(138p)
모든 정보는 뉴런의 신경망에 패턴으로 활성화되고 저장된다. 여러분이 없는 단어를 나온 것으로 기억했다면 그것은 목록에 있는 다른 단어들과 의미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언어와 의미를 처리하는 신경망에서 여러분이 봤다고 믿는 단어를 나타내는 패턴이 활성화된 것은 다른 관련 단어들의 처리에 따른 부수적인 결과이다. 이렇게 기억이 지속해서 업데이트되는 뉴런의 작용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우리가 그토록 명확하게 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1932년 영국의 심리학자인 프레더릭 바틀렛은 기억이 과거의 사건들을 정확히 복사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마다 바뀌는 이야기처럼 재구성되는 것임을 보여줬다. 심지어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엉터리 기억을 만들어 낼 수 있다.(150p)
리탈린은 전두엽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켜 억제와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 의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대학생들이 성적 향상을 위해 리탈린을 복용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와 달리 진정제에 해당하는 알코올은 전두엽의 활동을 떨어뜨려 욕망을 억제하는 능력을 감퇴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허기를 느끼거나 공격적이고 음탕해질 수 있다.
(...)
결국 자제력도 연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대단히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의외로 욕구 충족 지연을 또래 아이들보다 가장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의 지나친 통제로 인해 스스로 자제력을 키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호소에서 자란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의 통제에서 벗어나면 미친 듯이 괴로워한다.(194-195p)
사고와 행동은 우리 안에서 생겨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대개는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존재는 사실 주위 사람들이 결정한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물학적 특징과 성향을 타고났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며 환경적 요인에 의해 촉발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일어나는지를 지금 과학자들이 밝혀내려고 한다.(200p)
1년 구독료에는 세 가지 선택 조건이 있었는데 온라인은 59달러, 종이 잡지는 125달러, 온라인과 종이 잡지 모두를 보면 125달러였다.
확실히 마지막 선택이 가장 좋아 보인다. 종이 잡지의 가격만 내면 온라인으로도 보고 잡지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애리얼리가 학생들에게 이 조건을 시험했더니 84퍼센트의 학생들이 세 번째 조건을 선택했고, 16퍼센트는 첫 번째를 골랐다. 아무도 두 번째 선택을 고르지 않았다. 추가 지불 없이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는데 잡지만 보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신 나간 짓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이것은 <이코노미스트>가 세 번째 선택 조건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세심한 전략이었다. 애리얼리는 두 번째 조건을 없앤 뒤 학생들에게 다시 고르라고 했다. 그랬더니 무려 68퍼센트가 첫 번째 조건을 골랐다. 세 번째 선택 조건을 고른 학생은 32퍼센트로 뚝 떨어졌다. 함정이 학생들의 가치 감각을 왜곡시킨 것이다. 우리의 결정은 이렇듯 맥락에 쉽게 휩쓸린다.(274-275p)
물건과 개인적으로 오래 접촉할수록 거기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떠나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판매자가 우리에게 직접 한번 입어보거나 타보라고 권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고객에게 물건과 접촉하도록 하면 판매하기가 한결 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보유 효과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잃을지도 모를 손실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을 ‘손실 회피’라고 한다. 대니얼 카너먼이 주장하는 전망 이론의 핵심적인 요소로, 이 이론에 따르면 잠재적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게 고려된다.
몬티 홀 문제나 복권 판매 실험에서도 봤지만 우리는 이득을 기꺼워하는 마음보다는 손실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크다. 후회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288p)
우리는 다른 사람의 영향에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는 존재이다. 따라서 공정한 사람이 되려면 편견이 예외가 아니라 규범이고 타이펠 등이 주장하듯이 집단 심리의 본바탕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편이 좋다. 문제는 자아의 착각을 유지하는 한 우리는 외적 환경이 과거에 우리를 대부분 형성했고, 앞으로도 평생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지부조화가 통합된 자아의 믿음을 유지함으로써, 즉 자신의 존재를 이상화시킨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의 결점을 보지 못하게 계속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345p)
자아의 내러티브 문제는 우리가 이야기를 쓰는 당사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개인의 신화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왜곡되기 쉽다. 이상화된 자아의 내러티브에 맞지 않는 부정적인 측면들은 억누르고 왜곡하고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자아’의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는 이상화된 자아의 모습에 들어맞는 정보는 기억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는 편의에 의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에게 특징적인 성격이 있다고 믿으면 이런 믿음에 어울리는 사건들을 선별해 해석한다. 실제로 우리는 일반적인 진술을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진술로 쉽게 받아들인다.(370-371p)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적인 사람보다 더 재미있고, 더 똑똑하며, 더 잘 생기고, 더 친절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평균치보다 덜 재미있고, 덜 똑똑하고, 못생기고, 냉혹한 사람이 그만큼 있기 마련이다.(372p)
ㅡ 브루스 후드,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 中, 중앙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