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5

 

 

1.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은 어떠신지요?

 

역학은 한정된 집단의 건강과 질병의 패턴, 원인, 그리고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역학은 공중위생의 주춧돌이며,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를 찾아내어 필요한 질병예방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파생된 사회역학은 건강상태와 질병의 사회적 분포 및 사회적 결정요인을 연구, 규명하는 역학의 한 분야. 저자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사회역학자로서의 의견을 들려줍니다. 이런 책이 대다수의 유력 매체와 지면에서 호평을 받고 연말리스트에 오른다는 사실에서 사회변화에 대한 조금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간이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궁극적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그에 따라 그 사회에 기반한 가치, 관념들이 바뀝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변화도 매우 빠릅니다. 기껏해야 20대에 자신의 전공이라는 한정된 분야만을 공부하고 내 인생에서 배움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 하는 오만한 자는 언제 어디서나 멍청한 소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수치심을 아는 존재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 대한 혐오나 수치심을 줄이고 시대에 발맞춰나가기 위해서라도 배움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책이 그런 배움에 일조할 수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얘기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감사합니다.(219p)

 

 

 

2. 저자는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현 사회에서 건강이 가장 위협받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은 어떤 집단이라고 생각하나요?

 

1) 의료 시설을 이용하기 힘든 공간에 거주. ex) 시골, 산간벽지

2) 저소득층(x, 전문지식x, 정보획득x 모두 함께 나타날 수 있음)

3) 아동(안아키에 노출된 아이, 아동학대)

 

 

 

3.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에서는 사랑하는 아들이 게이라는 점을 혐오했던 어머니(및 가족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우리는 왜 특정 타인이 살아가는 방식을 혐오스러워할까요? 혐오라는 감정의 바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자기가 생각하는 아주 협소하고도 편협한 범위의 사회적 기준이 있을 텐데,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초과하는 경우에 혐오하거나 낯설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책에서도 언급하고 제가 최근에 본 영화(ex. 원더)의 대사에서도 표현되는 것처럼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라고 강요하거나 그에 따른 차별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가령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아이의 얼굴은 현대의학으로도 평범한 얼굴로 바꿔줄 수 없습니다. 이때 그 얼굴이 비정상적이라고 차별하거나 혐오의 시선을 던지기보다는 바꿀 수 있는 요소, 즉 그 얼굴을 보는 사람의 시선을 바꾸는 게 선택 가능한 유일한 방법일 텐데 실천이 쉽지 않죠. 이와 같은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4.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배심원으로 참가하여 다음의 재판부 의견에 대해 동의 여부를 투표할 수 있다면, 어떤 입장이신가요?

<재판부 의견 : '공산품안전법'에 의하면 그 당시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자에게 스스로 안전을 확인해 신고하도록 강제할 근거가 없었고, 그 밖에 살균제의 성분이나 유해성을 확인할 의무나 제도적 수단이 없었으므로 정부기관은 법적 책임이 없다.>

 

작금의 한국사회에서 상호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견입니다. 법감정과 사법제도는 다르고 법적인 책임은 없겠죠. 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5. 일본의 재난연구자에 따르면 대형 재난을 겪은 지역에는 정부가 여러 지원을 수행하지만, 지원 내역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재난 당사자가 애도와 치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가 침묵한다고 합니다.(184) 대형재난 이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내역을 언론에 공표하는 것을 제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본문에서 이어지는 문장에서 이와 같이 침묵하는 게 바로 한 사회의 감수성이자 실력이라고 말 합니다. 적절한 지적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말을 합니다. 이런 말이 통용되는 사회에 걸맞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일본 언론이 정부의 통제 때문에 해당 사안을 보도하지 않은 건 아닐 거라고 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참사는 참사고 이미 끝난 일이니 그만 좀 하자.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을 할거냐. 그리고 그들의 특혜는 곧 우리의 불이익이니 용납할 수 없다.’라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교양수준을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 아닐는지요.

 

 

 

6. 각종 사건, 사고가 넘치는 위험사회 속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시스템을 신뢰하는 사람이지만 대한민국의 재난대처 상황을 보고 있자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 측면을 살펴볼 수 있겠네요. 우선 정치적으로는 단기적인 정책을 남발하는 자를 가려 뽑아야합니다. 가능할리 만무하겠지만. 둘째, 한국이 치안이 좋다지만 그 말은 한국에 거주하는 성인남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므로 나머지 사람들은 철저히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지키는 삶을 사는 게 필요합니다. 전기 충격기는 필수겠죠. 셋째, 그래봐야 아무 의미 없습니다. 어차피 세월호 같은 사건은 또 발생할 테니까요. 현재를 사는 한국인의 인식 수준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다면 세월호 선장 같은 자들이 또 안 나올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냥 포기하세요. 포기하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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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는 초창기에 높은 치사율로 인해 공포의 질병이었지만, 1995년 다양한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이 도입되면서 그 치료가 획기적으로 개선됩니다. 2013년 출판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이나 캐나다에 거주하는 스무 살 젊은이가 HIV에 감염되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평균 51.4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의학의 발달로 HIV/AIDS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관리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것이지요.(64p)

 

 

한 생존 학생은 참사 이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유서를 남긴다. 또 다른 학생은 영화관이나 노래방에 들어가면 비상구부터 찾는다. 여느 10대들처럼 까르르웃다가도 주변을 둘러본다. 웃어도 되나 두렵다. 큰 소리가 나면 다리가 떨리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두통과 강박, 우울증도 흔하다. 참사가 남긴 후유증은 계속된다.

하지만 생존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란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치료받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악성림프종으로 앓아 눕고 숨을 거둬도 산업재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182-183p)

 

 

얼마 전 일본의 재난 연구자 한 분을 만났다. 일본의 경우, 쓰나미 등 대형 재난을 겪은 지역에는 정부가 여러 지원을 수행하지만, 누구도 그 내용을 입에 올리지 않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원 내역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재난 당사자가 애도하고 치유에 집중하도록 사회가 침묵해야 한다. 그게 한 사회의 감수성이고 실력이다.(184p)

 

 

저는 동성애와 HIV/AIDS에 대한 이와 같은 거부감이 상당부분 보건학적 무지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가 치료받을 질병이 아니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성적 지향이고 HIV/AIDS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과학적 사실 위에서 한국사회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제는 동성애와 HIV/AIDS에 대한 비과학적인 낙인과 혐오로부터 벗어나, 동성애자를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그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한국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215p)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감사합니다.(219p)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저는 20세기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혁명이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끼지 않게 되었어요. 사회를 전체적으로 바꾸어내는 혁명의 전망 없이 나는 어떻게 해야 진보적으로 살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제게는 20대 내내 큰 화두였어요. 좀 더 근원적으로 말하면, ‘꽃이 필 것이라는, 열매가 맺힐 것이라는 기대 없이 어떻게 나는 계속 씨앗을 뿌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어요. 그 고민이 마지막에 닿았던 지점이 그런 거였어요. 사회가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는 꿈이 없다면, 남은 길은 자신의 삶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진보적인 실천을 하도록 하고 그럴 수 있게 준비를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80년대 민주화운동에 그토록 적극적이었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절반만, 아니 그 반의반만이라도 그때 열정의 10퍼센트를 가지고,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소득과 시간의 10퍼센트를 소외된 약자를 위해 쓰고 있다면, 사회가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학생 시절에 했던 다짐이, 지금의 공부와 활동은 앞으로 수십 년간 스스로를 망치는 일과 싸우기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중요한 것은 졸업 이후에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299-300p)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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