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8

 

 

 

키가 큰 사람과 키가 작은 사람을 많이 이야기하면 세상에는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의 두 부류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보통 키의 사람이 가장 많다.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적당히 먹으면 약이 되고, 과하게 먹으면 독이 되는 보통 식품이 있을 뿐이다.(24-25p)

 

 

GMO를 잘 정리한 책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하지만 이미 GMO는 위험하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고, GMO에 대한 위험성 실험이나 주장의 오류를 지적해봐야, 언젠가 진짜로 위험성에 관한 구체적 증거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설득될 가능성은 없다. 1만 번의 실험으로 안전성을 주장해봐야 11번째의 실험에서는 잘못되었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이 학자와 소비자의 가장 큰 괴리일 것이다. 학자는 그 정도면 충분히 확인되고 검증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소비자는 완벽함을 요구한다. 과학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28p)

 

 

의사들마저 같은 분자도 천연과 합성은 전혀 다르다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한숨 나는 일이다. 우리가 먹는 약들은 대부분 자연에 없는 순수 화학 합성품 자체이다. 역할과 효능은 용량, 순도, 제형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지 출처가 천연이냐 합성이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60p)

 

 

사람들의 식품에 대한 오해 중 가장 뿌리 깊은 것은 아마도 섭취한 음식이 그대로 몸이 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섭취량=소화량도 아니고, 소화량=흡수량도 아니며, 흡수량=축적량도 전혀 아니다. 그런데 현대의 과학자들마저 그런 착각을 한다.

(...)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이 된다는 생각은 너무나 흔해서 유전자 변형 식품을 먹으면 바로 내 몸의 유전자가 변형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물고기를 먹는다고 아가미가 생기지 않고, 소고기를 먹는다고 소가 되지 않음에도 그런 신념은 참 버리기가 힘든 것 같다.(62-63p)

 

 

자연에는 진보도, 합목적성도, 아름다움도 없다. 자연에 그런 것이 있다고 믿는 것은 단지 인간의 희망이 자연에 투사된 것일 뿐이다.(89p)

 

 

우리는 진짜 자연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위적이고 화학적인 것은 싫어. 하지만 자연에서 만들어진 거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이것이 요즘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고방식이다. ‘친환경’, ‘유기농을 찾고, 틈만 나면 자연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좋아하는 자연은 실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한 가공의 자연이다. 아무도 자연 그대로의 삶인 노숙이나 동굴을 좋아하지 않고 가장 비자연적인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짐승의 소리, 천둥소리, 새소리, 물소리보다 가장 비자연적이고 인위적인 소리인 음악을 좋아한다. 냄새도 마찬가지다. 유기농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고속도로를 가다가 밖에서 퇴비 냄새가 나면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맛 또한 그렇다. 자연은 맛있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산과 들에 나가서 자연의 식물을 뜯어먹지 않고 인간이 만든 농산물의 특별한 부위만 먹는다. 그것도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지지고 볶아서 먹고 최소한 다른 재료와 조합이라도 한다.

자연은 과연 그렇게 안심하고 믿어도 되는 걸까? 자연의 배신이라는 책은 이런 사고의 맹점을 꼬집으며 자연은 이기적이고 위험천만하며 잔혹한 곳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자연의 이미지에는 뱀, , 말벌, 거머리, 모기, 날벌레 같은 존재들이 누락되어 그저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 현실은 수많은 혐오스러운 존재들도 함께 뒤엉켜 생존과 번식을 위해 벌이는 막장 드라마와 유사하다.(90-91p)

 

 

나는 자연과 천연을 강조하는 사람치고 진정한 자연의 이치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단지 익숙한 이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자연은 인간에 무심한 채 자신의 규칙대로 작동할 뿐인데 인간들이 자신에 유리한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주 오래된 관행이기도 하다.(92p)

 

 

자연 그대로가 좋고 가공할수록 나빠진다는 것은 거짓이다.

-두부는 나무에서 열리지 않고, 생콩을 먹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농사는 자연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먹는 일본이 세계 최장수 국가이다.(161p)

 

 

수력발전에서 나온 전기와 원자력 발전에서 나온 전기가 다를까? 예쁘고 향기로운 꽃이 있고 추하고 악취 나는 꽃이 있다면 예쁜 꽃에서 만들어진 산소와 악취 나는 꽃에서 만들어진 산소는 성분이 다를까? 실제로 이것을 궁금하게 여겨 직접 실험을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같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그렇지만 아직 출처에 따라 성능이 다르다는 원시적인 생각은 여전하다. 건강전도사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실제 성분의 기능과 무관하게 석유에서 만들어진 ㅇㅇ과 같은 식으로 항상 진실을 호도한다.(180p)

 

 

과학으로는 모든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은 그냥 자기 입맛대로 말하겠다는 핑계일 뿐이고, 과학이 그 동안에 알아내고 해결한 것들의 방향성을 보면 뻔히 유추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100가지 위험 가능성을 제시했을 때 10가지를 조사하여 10가지 모두 안전하면 나머지 90가지도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90가지를 조사하여 90가지 모두 안전하다면 나머지 10가지가 안전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도 아직 나머지 10가지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위험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는 식의 주장은 곤란하기 짝이 없다.

과학의 한계를 강조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주제넘지 않고 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정직성, 항상 자기점검하며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는 태도를 겸손이라고 본다면, 과학보다 더 겸손한 분야가 어디에 있는가? 과학은 확정적 표현을 안 한다. ‘삼일 만에 인생이 달라지는 ㅇㅇㅇ’, ‘말기 암도 치료하는 기적의 명약!’ 이런 식의 거짓말은 없다. 과학은 정말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여 이제는 정말 많은 것을 설명한다. 반면 나는 건강전도사들이 노력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과학이 발전하여 과학 스스로가 그동안 설명하지 못하던 것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설명하지, 과학 밖에 있는 사람이 알아낸 것은 별로 없다.

알레르기, 아토피, 과잉행동장애처럼 세상에는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질병이 많다. 그런데 건강전도사는 뭐가 하나 나쁘다는 말을 하고 싶으면 무작정 그 식품이 질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증거는 필요 없다. 그저 그렇다고 우기고 여기에 사람들의 체험담만 덧붙이면 된다. 설탕이 흥분독소라는 주장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설탕을 넣지 않은 음식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이 설탕을 많이 먹었다고 이야기하면 어른들은 아이들이 설탕 때문에 흥분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한다. 설탕이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설탕을 먹었다는 생각이 어른의 판단력을 흥분시킨 것이다. 이런 주장은 당장 거짓말이 들통날 확률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공포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주장들은 대부분 증명하기 힘든 것이고, 명확히 틀릴 경우에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느냐고 은근슬쩍 넘어가면 그만이다. 사실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켜버리는 것이다.(181-182p)

 

 

우리의 행동은 체험담보다는 구체적 통계를 따져서 높은 확률에 배팅하여야 한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다 번개를 맞은 끔찍한 사고를 보고 우산을 버리면, 비를 맞아 폐렴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실 건강이나 다이어트 같은 분야는 체험담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만 알아도 거의 전문가나 다름없다. 세상이 불확실해질수록 사람들은 변덕과 우연성을 어떻게든 설명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이비 과학이나 미신에 속기 쉬운 것이다. 따라서 복잡한 현실을 단숨에 꿰는 쉽고 단순한 해답을 얻으려는 성향을 조심해야 한다. 단순한 해답은 그리 쉽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 , 다이어트와 같은 복잡계 현상은 몇 가지 요인으로 응축할 수 없다. 일기예보의 경우 아무리 열심히 이것저것 자료를 모아서 슈퍼검퓨터로 분석해도 장기예보가 힘든 것과 같은 이유이다.

그런데 내일의 날씨나 장기간 구체적 날씨는 예측하기 힘들어도 연간 예상 강수량, 평균 온도 같은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하다. 패턴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식품도 그렇다. 각각의 사건은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지만 그것이 주는 장기적 패턴은 예측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통계는 남의 일이고 체험담은 나의 일이다. 인류의 삶은 통계일지 몰라도 나의 삶은 유일한 운명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고 체험담의 함정을 벗어나기 어렵다.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도 그 하나가 나에게는 전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196-197p)

 

 

식품회사는 항상 누가 나쁘다고 하면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대체 원료를 찾는 쪽으로 움직인다. 오래 사용된 원료가 엉터리 실험으로 시비에 휘말리면 비슷하게 검증되었으면서도 아직 덜 사용하여 욕을 덜 먹는 원료로 교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비난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감미료 소동이 그랬고 지방 소동이 그랬다. 대체 감미료, 지방 대체재, 소금 대체재 등이 과연 설탕, 지방, 소금만큼 안전할 수 있을까?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료가 가장 많은 실험이 이루어지고 가장 많이 검증된 원료다. 세상에 독성이 없는 물질은 없다. 물마저 독성이 있고 부작용이 있다. 소금은 생명에 필수지만 상당히 맹독성 물질에 속한다. 가장 말 많고 탈 많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장점이 많아서 오래 사용된 원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식품의 문제는 단지 양의 많고 적음으로 결정된다. 불량지식이 비용뿐 아니라 리스크도 높이고 있는 것이다.(2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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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자연'이라는 단어를 찬탄과 찬양의 대상으로 여기는 반면 '인공'이나 '화학'이라는 단어를 낮추어 보며 열등하게 취급하는지 말이다. 일례로 비타민c 성분을 과일에서 얻는 것과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화합물로 얻는 것 중 거의 항상 전자가 낫다고 생각한다. 그 둘이 우리 몸에서 작용 하는 데는 어떠한 차이도 없는데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어떤 이유로 그러한 뿌리 깊은 불신이 박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문제는 비단 식품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천연이니 자연이니 떠들며 관련 화장품에 프리미엄을 붙여 고가에 판매 중이다. 화학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이 있다면, 아니 해당 성분이 우리 몸에서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조금의 관심으로 인터넷 검색을 한다면 얻을 수 있을 정보를 이렇게나 무시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사람의 게으름이란 놀랍다이에 대해 끝도 없이 얘기 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만 얘기해보자. 바로 콜라겐이다. ‘화장품에 대한 50가지 거짓말의 저자 이나경은 자신의 책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한때 콜라겐 붐이 일면서 콜라겐 음료, 콜라겐 서플리먼트 등이 휩쓸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콜라겐은 아무리 발라도, 또 아무리 먹어도 우리 피부와 몸에 필요한 콜라겐을 공급해주지 못한다. 콜라겐은 분자의 크기와 무게가 너무 크기 때문에 피부에 흡수조차 되지 않는다. 만약 침투를 한다 할지라도 피부 내에 손실된 부분을 찾아내어 마치 테트리스처럼 블록이 착착 채워질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167p)

 

이 책은 제목이 말하듯이 식품에 대해 합리적인 생각을 하자고 촉구하는 책이다. 그 방법은 건강에 대한 걱정을 파고드는 불량지식의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만의 식품에 대한 판단 기준을 가지자는 것이며, 그 방법은 과학적인 방법론을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건강 문제의 많은 부분은 품질의 문제라기보다는 양의 문제라고 여러 번 지적한다.

저자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배격하는 건강전도사, 식품업계, 쇼닥터 등과 마찬가지로 본인 역시 자신의 구미에 맞게 연구결과나 통계치를 이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저자의 논리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의심의 방식에는 논리가 있어야한다. ‘그냥 그럴 것 같다라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어떤 사람이 어떤 주장을 했다고 치자. 그 사람이 신뢰할만한 사람이었다 한들 덮어놓고 그의 모든 주장을 믿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핵심은 말을 한 주체가 얼마나 믿을만한지의 여부가 아니라 그 사람이 했던 주장이 얼마나 말이 되는 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저자도 동의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면 저자의 바람이 충분히 이루어진 걸로 보이며 앞으로 식품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그 방법론을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느낄 것 같다.

 

2. 비단 건강전도사에만 한정할 게 아니라 사이비 의학 지식을 나르는 자들(ex. 안아키의 김효진, ‘환자 혁명의 저자 조한경 등등)을 포함하여 대중에게 퍼지는 불량지식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지식을 줄여 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3.

http://www.pewinternet.org/2015/01/29/public-and-scientists-views-on-science-and-society/(링크된 페이지의 첫 번째 표 관련)

해당 링크의 표는 여러 사안에 대한 과학자와 일반인의 인식 차이를 보여줍니다. 그 중 GMO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가장 큽니다. GMO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눠봅시다.

 

4.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과 추천할만한 음식점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5. 자연(or천연)과 인공(or화학)이라는 대비되는 개념에 대한 생각을 나눠봅시다.

 

6. 각자의 건강관리(=Diet)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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