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from Life 2018. 2. 22. 16:44

1. 내가 얼마나 못 참는 인간인지 느낀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훨씬 어렵고 노력을 요하는지는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이 조리 있게 말을 한다면 그건 누가 지적할 필요도 없이 듣는 사람이 알아서 주의 깊게 듣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데 경청하는 분위기라면 그건 많은 경우 다들 최대한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참고 있는 것이다. 그게 성숙한 시민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라면 더 정진이 필요할 듯하다.

 

 

2. 술 취해서 아무 소리나 지껄이는 거 말고, 상호간 의견 대립이 있을 경우에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는 걸 왜 그토록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흘러가는 대화의 수준이라는 게 쉬이 짐작 가능해서 더 못 듣고 있겠다는 판단이라면 나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각자의 의견이 얼마나 말이 되는지, 얼마나 논리를 갖추고 있는지를 따져 묻는 과정을 싫어할 필요가 없지 않나. 내가 틀릴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며 의견의 다름을 인정한다. 단지 그러기 위해서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되겠지. 이러면 꼭, 항상, 언제나, 늘 대충 눙치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냥 다 좋은 게 좋은 건가. 도대체 누구에게 좋은 건지. 하나도 좋지 않은 것 같은데. 황희로 빙의해서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다고 하는 걸 누군들 못할까. 그건 한글을 깨친 누구나 할 수 있다. 맞히는 걸 아무나 못하는 것처럼 틀리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다. 하긴 언제 자기 의견을 말하고, 주장이라는 걸 해봤어야 틀려보기라도 하지. 그래서 극도로 수비적인 자세로 어느 면에서도 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어떤 의견도 자기 생각도 없는 사람은 재미없다. 평생을 남의 의견만 좇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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