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8

 

 

그로부터 얼마쯤 지난 늦은 여름. 어쩌면 다음해 늦은 봄. 의외로 늦은 가을이나 늦은 겨울이었을지도 모르는 그날. 우리는 곰팡이가 피기 시작해서 지도가 태워지기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복기했다. 그러고는 문득 대화를 멈추었다. 우리는 머릿속에만 남아 있을 뿐인 한창때를 그리워하는 노인들처럼 아득한 시선으로 베이지색 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벽은 마냥 산뜻했다.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고 하자 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은 얼마든지 가능해.”(15p)

 

 

“unknowing the known, knowing the unknown. 미지는 기지로, 기지는 미지로.”(180p)

 

 

 

 

ㅡ 황여정, <알제리의 유령들> 中,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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