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6

 

칼 세이건의 강연을 책으로 옮긴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이 생각났다.

 

 

한 분야의 아이디어나 생각이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분명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요즘처럼 전문화되어 있는 시대엔 양쪽 분야 모두에서 바보 취급을 받지 않을 만큼 두 분야의 지식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무척 드물기 때문이다.(10-11p)

 

 

어떤 규칙이든 예외는 그 자체로 무척 흥미롭다. 우리가 믿고 있던 예전 규칙이 옳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기존 규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예외까지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옳은 규칙을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아주 재미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외적 상황이나 그것과 유사한 효과를 제공하는 다른 상황들을 연구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과학자들은 더 많은 예외적인 경우들을 발견하게 되고 예외적인 상황들이 갖는 공통된 특징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전개될수록 연구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설령 자신이 발견한 것이라 하더라도, 규칙이 틀렸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주저해선 안 된다. 오히려 반대로 그것을 발견하는 데 적극적이어야만 과학이 발전하고 더 재미있어진다. 결국 과학자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최대한 빨리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인 것이다.(28p)

 

 

우리가 과학을 통해 얻어 낸 모든 결론들은 그저 반증되지 않고 아직까지 살아남아있는 잠정적인 결론이며, 불확실함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이다.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추측을 할 뿐이며, 완벽한 실험을 하진 못했기에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지금 옳다고 믿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지금 알고 있는 해답을 법칙이라 굳게 믿고 있으면, 영영 문제를 못 풀 수도 있다.

(...)

만약 새로운 길을 탐색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면, 또 만약 우리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거나 무지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진실이라 확신하고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힘들여 검사해 볼 생각을 안 할 테니까. 지금 우리가 과학적 지식이라 부르는 것들은 확실한 정도가 제각기 다른 여러 진술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그중 어떤 것들은 매우 불확실하며 또 거의 확실한 것들도 있긴 하겠지만, 그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완전히 확실하지는 않다. 과학자들은 이 점에 매우 익숙해 있다. 모르는 채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혹자는 어떻게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갈 수가 있죠?”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도무지 이런 질문이 이해가 안 된다. 당신은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가? 내 경우 대부분을 정확히 모르는 채로 살아왔다. 쉬운 일이다. 내가 진정 알고 싶은 것은 우리가 어떻게 점점 알아가게 되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42-44p)

 

 

세상에 모든 비과학적이며 이상한 것들이 만들어 내는 문제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중 많은 것들이 미처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들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저 부족한 정보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점성술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 이곳에도 많이 있을 것이다. 점성술사들은 치과에 가는 일에도 다른 날보다 더 좋은 날이 있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몇 월, 며칠, 몇 시에 태어났다면, 당신이 비행기를 타기에 더 좋은 날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별들의 위치에 따라 아주 세심하게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세상은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126p)

 

 

리처드 파인만, <과학이란 무엇인가> , 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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