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from Life 2018. 4. 12. 13:26

1. AI니 사물인터넷이 등장하는 최첨단 과학시대에 아직도 지구의 나이가 6천년이라 믿는 자들이 세를 불려가고, 평평한 지구를 믿는 자들의 컨퍼런스가 공공연하게 열리고 있는 걸 보면 과학업적이 쌓이는 것과 사회 구성원이 그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무지가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면 온갖 일들이 다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공교육이 철저히 실패했다는 명백한 증거 아닐는지. 과학사를 다루는 어떤 책을 들여다봐도 지구가 구 형태라는 것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을진대, 난 그런 건 모르겠고 그냥 나의 길을 가겠다고 우기는 걸 보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아니, 조금 솔직하게 얘기하면 그네들이 뭘 하건 내 알바도 아니고 크게 관심도 없다. 문제는 이들이 혼자만 그러거나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이뤄 살다가 죽는 게 아니라 굳이 사회일반에 등장하여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발생한다. 왜냐하면 이 양반들은 정도라는 걸 모르기 때문인데 조금 있으면 지구평평설도 교과서에서 함께 가르치라고 주장하고 있을 모습이 상상이 되는 것이다. 이게 단순한 기우가 아닌 게 미국에서도 자칫했으면 진화론과 더불어 창조론을 가르치게 될 뻔했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다원화된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무산되어 얼마나 안타까운지.

멍청하면 가만히라도 있거나, 배울 자세를 보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노오력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왜냐하면 모두가 평균 이상의 지적능력과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군가가 평균이상이라면 어느 누군가는 평균이하라야 평균이라는 말이 성립한다는 사실과 자기가 평균이하에 속할 수 있을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는다.

'과학은 항상 틀릴 수 있을 수 있으며 잠정적 결론에 불과하다는 말'을 오독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오해하기 딱 좋은 문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절대 불변하는 어떠한 진리도 없으니 아무 것이나 믿고, 우기며 시간을 뭉개고 있으면 언젠가는 사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아주 만약이라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과학은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빼액빼액 소리만 지르며 억지주장만 할 게 아니라 기존의 입장이 왜 틀렸는지 그 근거를 들며 조목조목 반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이비과학이나 유사과학을 신봉하는 자들은 주장만 하고 왜 그런지에 대한 근거를 절대 들지 않지. 하긴 갖다 댈 근거가 있어야 들지. 이게 내가 자연이라는 가치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여 신성시 여기는 자들과 혈액병 좀비, 사이비과학 및 유사과학 신봉자 등을 언제나 비웃는 이유다.

 

 

2. 나는 눕는다고 해서 바로 잠들지 못한다. 일이 그렇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략 중고등학생 때부터 수면에 좋지 않은 습관이 생겼다. 자기 전에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무언가를 들으며 잠을 청한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음악과 라디오, 대학 때는 강의 오디오 파일, 지금은 잡다하게 듣는다. 근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조금 바뀌긴 했다. 스마트폰에 이어폰이 꽂힌 채로는 그 기기의 거의 유일한 기능인 알람을 이용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알람을 듣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금요일이나 토요일과 같이 다음 날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날을 제외하고는 불안해서 뭔가를 들으며 잘 수가 없다. 이게 또 문제인데, 그렇다고 해서 오지 않았던 잠이 금방 쏟아지진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잘 수 없는 없는 상황에서 눈을 감은 채로 이것저것 생각한다. 담배를 피우면서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삶을 살다보니 생각이라는 걸 할 시간이 거의 없는 내게 언제부턴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하루를 떠올려본다. 일어난 일에 대해 내가 다르게 대응했다면 어땠을 까라고 생각해보기도 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 사건을 전개 해보기도 한다. 읽은 책이나 영화를 떠올려보기도 하며 내일 일어나서 해야 할 것이나 내일의 업무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머리는 맑아지며 날이 밝아 온다.

 

 

3.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에 비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동일한 음식량을 섭취해도 살이 찌게 된다. 요즘 들어 새삼 느끼고 있는데 나는 한 술 더 떠 동일한 양을 먹는 것도 아니라 부쩍 살이 찌고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외관상 살이 빠져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 걸 보면 체중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근육량이 줄고 지방이 늘어났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아니라면 역시 사람들은 타인의 변화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례로 볼 수 있을지도. 크게 활동적이진 않더라도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습관과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몸에 배서 살면서 큰 체중변화는 없었는데 덜 움직이고 더 먹는 시간이 누적되니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난 밥도 얼마 안 먹는데 왜 이렇게 살이 찌는거지라는 말을 하며 돌아서서 쿠크다스 100개씩 먹는 사람을 비웃었는데 요즘 내가 그러고 있다. 확실히 담배는 덜 피우게 되는데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는 내게 이게 무슨 효용이 있단 말인가. 아무래도 관성이 된 군것질을 어떻게 해야겠다. 일단 하나만 더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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