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조각들

from Life 2018. 5. 14. 11:33

여름의 조각들

 

러닝타임도 짧고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은 감독이 예전에 영화배우 장만옥과 함께 작업(이마 베프, 클린)을 하기도 했고, 그 인연이 결혼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물론 금방 헤어졌고 현재는 영화감독 미아 한센 러브와 결혼해서 살고 있다는 사실. 또 이 영화에 예술품이 등장한다는 정도였다. 영화를 보고나서 알게 된 사실은 이 영화가 오르세 미술관 20주년 기획 영화이며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예술품은 실제로 미술관 소장품이라는 것. 또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에 들어가려던 중에 실제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했고, 그로 인해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이다.

 

두 가지 생각

1. 유산을 놓고 세 남매의 의견이 갈린다. 첫째는 어머니의 집과 예술품을 유지하며 후대까지 이어가자는 의견, 둘째와 셋째는 현실적인 여건상 팔자는 의견. 이 상황에서 갈등을 보여주는 가장 쉬운 방식은 한쪽이 옳고 다른 한쪽은 나쁘다는 식으로 연출을 하는 것일 텐데, 이 영화는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 첫째의 의견에 심정적으로 동의가 되었고 그 의견이 일리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둘째와 셋째의 의견도 현실적이며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한국영화였다면 틀림없이 감정 과잉으로 흘렀을 부분을 담담하게 연출해서 마음에 든다.

 

2. 예술품이 실제 생활에서 쓰임새를 가지고 그에 걸맞은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실생활과 분리해서 엄정한 관리 하의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게 좋은가. 쓰면서 드는 생각은 전자가 적절한 것 같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 영화의 결말까지 보고 난 후에 조금은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 생각을 적용해서 해석해보았다. 엔딩에서 작중의 배경이 되는 집을 그대로 유지(생활과 유리되어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이 창조적으로 변용(실제 생활에서 쓰임을 가지고 존재)해서 새로운 공간으로 이용한다. 이를 통해 예술품이 실생활에서 계속해서 쓰이며 존재하는 게 낫다는 감독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고 예술이 그러하듯 그것을 사용하는 세대도 계속해서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ps. 클린은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던데 이마 베프는 어떨지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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