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9

 

 

서술과 묘사의 가장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 것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묘사는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간접적으로 전달하지만, 서술은 볼 수 없는 것에 관한 정보를 직접 제공한다. 서술은 행위나 말의 원인에 해당하는 동기, 욕망, 목적 등을 제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지만, 묘사는 그것을 추론할 수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실 중심의 글을 쓸 때는 먼저 행동과 말(대화)을 중심으로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다음에 서술과 묘사를 활용하여 사실들에 감각적 구체성을 부여하거나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158p)

 

 

견해를 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견해를 쓰려다가 실패한 사람 중에는 “저는 창의성이 부족해서 글을 못 쓰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부류도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써야 한다는 환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나는 독창성을 추구하는 태도를 일종의 허세나 나르시시즘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란 게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과대망상 아닌가?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다만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글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만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창적인 글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독창적인 글을 쓰려면 다수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하고, 동시에 다수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자기 글이 독창적이라고 혼자 우겨봤자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소용없고, 거꾸로 자신은 형편없다고 생각한 글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독창적이라고 인정하면 독창적인 글이 된다. 그러므로 독창적인 글을 쓰려면 다수의 관점을 알아야 하고 거기서 벗어나야 하며, 단순히 벗어나는 게 아니라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견해를 제시해야 한다. 당연히 그런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적어도 글쓰기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독창성이나 창의성과 같은 말들은 멀리하는 게 좋다.(178p)

 

 

간혹 견해를 써놓고 뭔가 찜찜한 사람들은 “두서없지만”이라는 표현으로 은근슬쩍 면죄부를 받으려고 한다. “두서없지만”이라고 쓸 시간에 두서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계속 두서가 없는 것 같으면 쓰지 말라.(190p)

 

 

 

ㅡ 심원,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中,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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