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22

 

비교적 앞부분만이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살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의 최신 이론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고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이론의 뿌리에 해당되는 개념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대단히 상세히 설명한 책이었다. 지금까지도 후속 연구를 통해 저자의 연구가 심화 발전되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책에서 관련 이론을 인용하며 소개해왔던지라 이 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알게 되지는 않았지만, 행동경제학의 기본적인 저서를 읽으며 이미 알고 있었거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거나, 아리송했던 개념들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잭과 질이 한 게임처럼 인구밀도가 낮은 카운티들에서 극단적인 결과(신장암 발병률이 매우 높거나 매우 낮은 경우)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발병률이 높고 낮은 경우 모두 극단적인 결과들은 대규모 표본들에서보다 소규모 표본들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이러한 설명은 인과관계와 상관없다. 적은 인구가 암의 발병을 유발하거나 억제하진 않는다. 그 인구가 많은 곳에서보다 암의 발병률을 훨씬 더 높게(혹은 반대로 낮게) 만들어줄 뿐이다.

본질적인 사실은, 설명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암의 발병률은 인구가 적은 카운티에서 정말로 정상치보다 낮거나 높은 게 아니라, 표본 추출의 우연성 때문에 특정 연도에 그렇게만 보일 뿐이다. 내년에 또 이런 분석을 실행하면 우리는 소규모 표본들 사이에서 이와 똑같은 일반적인 극단적 결과 패턴을 관찰하겠지만, 전년도에 암 발병 건수가 많았던 카운티들에 올해도 암 발병 건수가 많을 거라고 단정하기 힘들다.(166p)

 

 

앞서 설명한 대로 시스템 1은 의심하지 않는다. 모호함을 억누르고 자발적으로 최대한 정합적 이야기를 구성한다. 메시지가 즉시 부정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유발하는 연상들은 그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퍼질 것이다. 시스템 2는 의심할 수 있다. 동시에 양립할 수 없는 가능성들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심을 지속하기란 확신에 빠지기보다 힘들다. ‘적은 숫자의 법칙’은 우리가 가진 의심보다 확신을 선호하는 성향을 드러내준다.(171-172p)

 

 

점화 연구가 주는 주요한 교훈은, 생각과 행동은 우리가 알거나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 순간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가? 닻 내림 효과들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위협적이다. 우리는 항상 닻을 의식하고 심지어 주의도 기울인다. 그러나 닻이 달라지거나 아예 없을 경우에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었을지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닻이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인도하고 제약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놓인 숫자가 무엇이든 우리에게 닻 내림 효과를 미친다고 전제해야 한다. 그 협상에 걸려 있는 것이 많다면 닻 내림 효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 자신(우리의 시스템 2)을 가동해야 한다.(187-188p)

 

 

심리학 학습 여부를 알아보는 시험은 당신이 새로운 사실을 배웠는지 여부가 아니라 당신이 직면한 상황을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통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개별 사례에 대한 우리의 생각 사이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인과적 설명이 덧붙여진 통계적 결과들은 비인과적 정보보다 우리의 사고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확실한 인과적 통계들조차 개인적 경험에 뿌리를 박고 있는 믿음이나 오랫동안 간직했던 믿음을 바꾸지는 못한다. 반면 놀라운 개별 사례들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심리학 학습에 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따라서 일반인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한 행동에서 놀라운 점들을 발견함으로써 무언가를 배울 가능성이 더 높다.(248p)

 

 

우리는 세상이 실제보다 더 관대하고, 우리가 가진 특성들은 더 우호적이며, 우리가 세우는 목표는 더욱 달성가능하다고 여긴다. 또한 미래를 예측하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이로 인해서 낙관적인 과신을 갖는다. 결정 결과에 낙관적 편향이 인지적 편향 중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낙관적 편향은 축복이자 위험이다. 당신이 낙관적 기질을 갖고 있다면 감사하는 동시에 경계하라.(331p)

 

 

과신은 누그러뜨릴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시스템 1이 만든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주관적 확신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정합성 때문이지, 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정보의 질과 양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 중요한 사실을 항상 명심하라.(341p)

 

 

ㅡ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中,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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