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5/27
기업이 가장 애쓰는 일이 뭡니까?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들이 선택하고 좋아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싼값으로 품질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내내 준비하지만, 전 세계에 출시되는 신상품의 2퍼센트만이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성공을 거둡니다. 다시 말하면 98퍼센트가 실패인 거예요. 왜 실패할까요? 사람들은 합리적인 접근으로는 예측이 안 되는 방식으로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충동구매를 일상화합니다.(34p)
우리의 뇌가 합리적이지 않은 건 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도 원시부족사회 때 유용했던 전략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선택하기 때문입니다.(38p)
성공확률 100퍼센트인 리더가 되는 방법은 매우 쉽습니다. 아무 의사결정도 안 하거나 아주 확실한 것만 결정하면 되거든요. 그러면 100퍼센트 정확도의 의사결정자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조직에 이로운 건 아니죠. 결정했어야 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놓친 것도 정확도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좋은 의사결정자는 놓쳐서는 안 될 의사결정을 해내는 사람입니다.(90-91p)
나와 다른 분야에 있는, 다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점점 적어집니다. 불편함을 견디면서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즐기면서 살지 않으면, 내 삶에 새로운 생각이 유입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새로고침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나쁜 습관,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삶을 새롭게 뒤바꿀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이 있는 곳으로 먼저 여러분이 움직여야 합니다.(144p)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는 건, 저 같은 뇌과학자에게는 ‘나는 내 전전두엽의 시뮬레이션 기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으로 들립니다. 자기가 선택한 것 외의 다른 선택지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겠다는 건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저는 인간이 이 시뮬레이션 능력을 통해서 다음에 유사한 선택 상황이 왔을 때 더 나은 결정을 하라는 뜻으로 후회하는 기능을 부여받은 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잘못된 선택 때문에 후회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성찰하며 점점 후회를 줄여나가는 과정이 적절한 태도이지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는 태도가 적절한 건 아닙니다.(148p)
사소한 미신이라고 해서 ‘좋은 게 좋은 거지’하면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우리가 비합리성을 미신의 영역에만 머물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비합리적 영향을 끌어들이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습니다. 신입 사원 면접을 볼 때 점술인을 곁에 두고 진행했다는 어느 재벌 총수의 얘기 잘 아시지 않습니까?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점술가에게 상담한다는 대기업 오너의 사연 잘 아시지 않습니까?(168p)
음모론은 발견된 사실들 가운데 비어 있는 영역, 즉 설명이 되지 않는 영역을 메우고 싶어하는 우리 본능과 관련 있습니다. 음모론은 사건과 사건 사이에 끊어져 있는 고리를 연결해 세상을 잘 짜인 스토리로 이해하려는 노력, 이를 위해 인과 관계를 만들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우리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 굉장히 그럴듯한 이야기를 집어넣을 수 있어요.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음모론들이 굉장히 그럴싸하게 들리는 겁니다. 음모론을 쉽게 믿는 분들은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인과관계가 파악되어 원인을 알 수 있고 심지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분들입니다.(176p)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라는 겁니다. (...) 행복은 보상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기대와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행복도 사라질 겁니다.
반면 불행은 미리 안다면 그 크기가 엄청날 겁니다. 우리가 불행이 닥친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에는 결국 견디고 감내하지만, 예고된 불행은 그 순간 더 큰 불행의 시작이 됩니다. (...) 다시 말하면,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행복은 크게 누리고 불행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겁니다.
미신과 징크스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지만, 미래를 통제하는 것이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인생은 알 수 없기에,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흥미진진한 그리고 견딜 만한 탐험인 것입니다.(179-180p)
대개 과학자들은 이렇게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자신의 특허를 제약회사에 팔아 엄청난 돈을 버는데, 그는 백신 제작 과정을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했어요. 그러니까 모든 제약회사가 소아마비 백신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예요. 그 바람에 가격이 아주 싸졌죠. 지금도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1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소아마비 백신을 맞을 수 있습니다. 결국 그는 지구상에서 소아마비 환자를 거의 사라지게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소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소크생물학연구소를 짓게 됩니다. 그리고 그 건축 설계를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루이스 칸에게 맡깁니다.(216p)
우리 사회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슈는 과학기술을 잘 이해하고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사람들과 기술을 두려워하고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입니다. 이른바 ‘기술 계급 사회’가 저는 가장 두렵습니다. 데이터 과학자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연봉은 크게 오르겠지만, 단순노무자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연봉 또한 낮아지겠지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기술 관련 직종이지만 사라지는 일자리는 단순 업무라서, 사라진 일자리에 종사한 사람들이 새로 생긴 일자리로 옮겨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없어지는 일자리만큼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많다는 말은 공허합니다.(270p)
인간은 행복을 ‘상태’로 인식하지 않고 ‘기억’에서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으로 뇌 속에 저장됩니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과거의 한순간에서 애써 찾지만, 당시엔 그 시간이 행복인지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행복으로 덧칠된 복고의 기억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시대가 바뀌어도 종종 소환되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때가 참 좋았지”라면서 말입니다. 실제로, 미국 작곡가 오스카 레번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행복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275-276p)
‘하나의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에 퍼지고 결국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기성세대가 설득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젊은 세대가 주요 세대로 등장하면서 바뀌는 것뿐이다.’(289p)
모호한 상황과 위험한 상황은 어떻게 다를까요? 상황이 모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진지 모르니 위험하겠지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 상황은 다소 다릅니다. 내가 성공할 확률, 즉 내가 원하는 가치를 얻을 확률이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그 확률을 알 수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위험한 상황이라고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계산할 수 있지요.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올 확률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것이 50퍼센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위험한 상황입니다.
반면, 우리가 그 확률을 계산할 수 없을 때 그것을 ‘모호한 상황’이라고 정의합니다. 내 성공 확률이 100퍼센트가 아닐뿐더러, 몇 퍼센트인지 계산조차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
확률을 알 때와 모를 때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야 합니다. 확률을 모르면 합리적인 판단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면, 이제 그 수치를 보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성공 확률이 높다고 여길지 낮다고 여길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요.
확률을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은 어떻게 행동하든 무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건,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상황을 굉장히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겁니다.(321-322p)
암기하는 걸 싫어하고, 성실하지 않으며, 주체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못 말리게 떠오르는, 그런데 인성이 그다지 훌륭하진 않은 그런 천재 말입니다. 실제로 그런 천재들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걸출한 업적을 남긴 혁신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그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기초 지식과 연습을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기본이 안 된 신참자가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낼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법칙’이 떠오르시죠? 맞습니다. 그런 원리입니다.(325p)
정재승 교수님은 과학의 대중화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냐하면 과학은 제게도 어렵거든요. 과학의 대중화라는 명목하에 과학을 쉽고 재미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매우 어려운 학문이며, 그 어려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선택받은 사람들이고 ‘누구나 다 과학을 잘하기는 힘들다’는 걸 모두가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힘겨운 과학을 하려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존중하고 격려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과학자로서 여러분과 과학에 대해 대화하려는 이유는 과학의 대중화 때문이 아닙니다. 과학은 무척 어렵지만, 수식의 숲을 지나고 어려운 개념의 바다를 넘어 결국 도달하게 되는 우주와 자연, 생명과 의식의 경이로움은 어려운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인류 모두가 맛보아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356p)
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까요?
요즘 주목받고 있는 두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뒷담화가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과, 각자의 사회적 지위를 측정하는 장치가 된다는 이론입니다.
(...)
앞서 이야기한 ‘사회적 피질’그래프의 던바는 이 질문에 새로운 가설을 제시합니다. 뒷담화가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려는 충동을 억제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선행은 별로 가십거리가 되지 않잖아요. 주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뒷담화를 해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회는 소문이 날까 봐 그 행동을 못하거나 쉬쉬하도록 해서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다소 벗어난다고 간주되는 행동들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가설이 등장했어요.(363p)
스티브 잡스는 ‘시장 조사를 통해서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다’고 했잖아요?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어본 뒤 그 욕망을 합해 마든 제품이 꼭 좋은 디자인은 아니잖아요. 사실 사람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잘 몰라요. 하지만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하고 나서야 ‘맞아! 나 이거 원했어’라며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는 거지요. 스티브 잡스의 머리에는 아이폰 같은 제품에 대한 욕망이 있었겠죠. 그리고 그 욕망은 보편적일 거라고 생각했을 테고, 자신의 욕망을 잘 정돈된 형태로 디자인해 세상에 내놓으니 사람들이 그 안에서 자신의 욕망을 읽은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그동안 생각하고 표현하지 못했던 욕망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처럼 느껴져요.(391-392p)
ㅡ 정재승, <열두 발자국> 中, 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