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2

 

 

이렇게 제자들은 대가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칠 수 없으면 연주할 자격이 없다는 왜곡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당신이 방금 했던 말과 같은 맥락입니다.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으로 펼치고 싶고, 이것은 내게 겸손을 가르칩니다. 내가 가르치거나 작곡하거나 글을 쓰는 일에서 호평을 받아 성공하면, 비록 이 분야의 최고 이름들과 겨룰 수는 없더라도 내게는 여전히 엄청난 성과입니다. 그래서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47-48p)

 

 

내가 새로 가르치는 제자가 베토벤의 소나타를 배우고 있다면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베토벤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니?” 제자는 어리둥절해서는 내가 농담하는 줄 압니다. 그러면 이렇게 계속 설명합니다. “나는 알렉산드르 브라일로프스키의 유일한 제자였지. 클라라 후설한테도 배웠는데, 두 사람 모두 레셰티츠키의 제자였어. 레셰티츠키는 체르니의 제자였고, 체르니는 베토벤의 제자였어. 그러니 베토벤은 너의 고조부 하고도 아버지가 되는 셈이지. 그렇다고 그저 이름만으로 베토벤과 연결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전통은 교습을 통해 대물림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베토벤이 체르니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알아. 체르니가 그것을 적어 레셰티츠키에게 물려주지 않았다면 베토벤에 대한 몇 가지 것들을 우리가 결코 몰랐을 거야. 이것이 브라일로프스키를 통해 나에게, 그리고 이제 너에게로 전달되는 거란다. 전통은 이런 식으로 돌아가지.”(98p)

 

 

내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따뜻한 관계를 알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몹시 슬프군요. 그 대신 나는 매일 아버지가 행동이나 말을 통해, 혹은 그저 눈길을 통해 나에게 드러내 보인 신경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가 돌아가셨을 때 누구보다 내가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그것은 사랑이나 애정 때문이 아니라 내가 결코 가져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나 나에게 한 일뿐만 아니라 그가 나에게서 박탈한 것까지 생각하면 그를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습니다.(135p)

 

 

부모가 우리에게 한 일은 우리 영혼에 흉터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요. 영원히 그곳에 남죠. 나는 흉터를 치료하기 위해 아버지가 내게 한 일을 의도적으로 승화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다시 말해 기억을 무의식으로 치워버리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나를 무의식적으로 괴롭힐 테니까요. 그러면 궤양이나 뇌졸중, 심하면 이른 죽음을 일으키기도 하죠. 요컨대 나쁜 것을 억누르려고 해봐야 영혼에 계속 남아서 작용을 합니다.

당신이 털어놓은 어머니와의 문제는 제가 보기에는 이렇습니다. 나는 당신이 용서를 통해 상처를 없애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서 염려됩니다. 그래봐야 상처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내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에 시달리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반투명 돔을 통해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한 일에서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그를 증오한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이에요. 괜히 그런 척하는 것이 아니고, 바꿀 수도 없어요. 나는 앞서 말한 성적 희롱 때문에, 그리고 강제로 나를 유대인 학교에 보낸 것 때문에 그를 정말로 증오하니까요. 그를 증오하는 것을 물릴 수도 없습니다. 내가 반투명 돔을 만든 까닭은 그가 내게 한 일을 승화하기를 거부하겠다는 뜻이에요. 나는 똑똑히 그것을, 또 그를 쳐다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내 운명의 통제권을 아버지가 아니라 내 손으로 가져오고 싶은 겁니다.(142-143p)

 

 

누나는 어머니를 보살피는 일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던 겁니다. 이 일과 관련해서도 어머니는 지혜로운 말을 하셨어요. “아들아, 어머니는 열두 명의 자식을 키울 수 있지만, 열두 명의 자식은 어머니 하나를 돌보지 못한다.”(163p)

 

 

ㅡ 시모어 번스타인, 앤드루 하비,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中,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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