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21

 

 

경마가 없는 날. 정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게 묘하다. 헤밍웨이에게 투우가 필요했던 까닭을 난 안다. 그에게 투우는 삶이라는 그림을 끼울 액자 같은 것으로, 자기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었으리라. 때때로 그걸 우린 잊어버린다. 기름 값을 지불하고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등등에 정신이 팔려서. 대다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준비가 없다, 제 자신의 죽음이건 남의 죽음이건. 사람들에게 죽음은 충격이고 공포다. 뜻밖의 엄청난 사건 같다. 염병, 어디 그래서 되겠나. 난 죽음을 왼쪽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때때로 꺼내서 말을 건다, “이봐, 자기, 어찌 지내? 언제 날 데리러 올 거야? 준비하고 있을게.”

꽃이 피어나는 것이 애도할 일이 아니듯, 죽음도 애도할 일이 아니다. 끔찍한 건 죽음이 아니라 인간들이 죽기까지 살아가는 삶, 또는 살아보지 못하는 삶이다.(17p)

 


암만 컴퓨터라고 해도, 제아무리 많은 정보를 입력해도, 우승마를 점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의 제안을 듣는 대가로 돈을 낼 때마다, 우린 손해를 보게 된다. ‘어떤 사람엔 상담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 중개인, 강습회 강사 등등도 다 포함된다.

실패 뒤 자신을 추슬러 움직여나가는 것보다 더 큰 가르침을 주는 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두려움에 시달린다. 사람들은 실패를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실패하고 만다. 그들은 너무 길들여졌고, 뭘 할 건지 지시받는 데 너무 익숙하다. 그게 가족에서 시작해서 학교를 거쳐 사회생활로 이어진다.(71p)

 


젊었을 땐 나았다. 아직 뭔가를 찾고 있었으니까. 난 밤거리를 어슬렁대며 찾고 또 찾고...사람들과 어울리고, 쌈박질하고, 또 찾았다...아무것도 찾아내진 못했다. 그러나 그 전체적인 광경, 그 아무것도 없음이 날 그다지 압도하진 않았다. 친구를 제대로 찾지도 못했다. 여자로 말하자면, 새 여자를 사귈 때마다 희망을 품었지만, 그것도 풋내기때만 그랬다. 일찍부터도 난 사정을 알아채고, ‘꿈의 아가씨찾기를 그만뒀다. 그저 악몽 같은 여자만 아니길 바랐다.(163~164p)

 


사람들에겐 그런 게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대, 부모에 대한 반대, 이런저런 것에 대한 반대가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성공한 백만장자 록그룹은 그들이 뭐라 말하든, 그들 자신이 기득권 세력이다.(165p)

 

 


찰스 부카우스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 모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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