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18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책이었다. 그냥 짧은 호흡의 에세이네. 그림은 그야말로 구색 갖추기로 보인다.

 

 

 

부당한 일을 당한 피해자에게 마음 아파하고 나와 상관없는 가해자에 분노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또는 더 이상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 내 편의와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할 때 거기 동참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오멜라스 사람들이 결국 아이를 구하지 못하는 것처럼.(77p)

 

 

“부모들은 자녀를 자신의 일부로 생각해서 자녀를 다루는 데 법이 간섭하는 것을 경계하곤 한다. 그러나 이이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해놓고 그 아이가 먹고살 가망 없이, 또 정신 함양을 위한 가르침과 교육 없이 두는 것은 그 아이와 사회에 도덕상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부모가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국가가 책임지고 의무가 이행 되도록 해야 한다. (중략) 국가는 빈곤 가정이 학비를 대도록 돕고, 필요하다면 전액 지원해야 한다.”(93p)

 

 

“진정한 사랑은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야지 강요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럴진대, 왜 오로지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 말했다는 이유로 내 뜻을 억지로 굽혀 그를 사랑해야 한다고 하는 겁니까? (...) 나는 자유롭게 태어났고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고독을 선택했습니다. (...) 나는 그것을 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욕망이 희망으로 지탱된다고 한다면, 나는 그리소스토모(상사병으로 죽은 청년)에게 아무런 희망도 준 적이 없으므로, 나의 잔인함이 아니라 그 자신의 집착이 그를 죽인 것입니다.”(130p)

 

 

 

ㅡ 문소영, <광대하고 게으르게> 中,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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