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4

 

 

 

성애화는 소녀들이 자기 스스로를 성적 대상화하여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의 욕망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다루게 만든다. 이러한 자기 대상화는 자신의 외모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검열하도록 만드는데, 이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낳는다.

한 실험 연구에서 남녀 대학생에게 수영복과 스웨터를 입어 보고 평가해 보라고 한 뒤, 대기하는 10분 동안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그랬더니 수영복을 입은 여학생에서만 점수가 유독 낮아졌다. 수학 이외에 다른 종류의 인지 능력을 평가한 실험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외모에 대한 끊임없는 의식이 한정된 인지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

또한 성애화와 대상화는 자신의 몸에 대한 확신과 안정감을 침식하고, 사회적 미의 표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수치심과 불만을 갖게 한다. 자신의 외양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면서 모든 것이 제대로 제자리에 있는지 불안감에 빠져든다. 화장이 지워지지는 않았을까 계속 거울을 봐야 하고, 짧은 치마가 올라가지는 않았을까 계속 끌어내려야 하며, 고개를 숙을 때도 가슴이 드러나지 않도록 옷깃을 여며야 한다. 수치심과 불만, 지속적 불안은 자존감의 하락, 섭식장애,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건강한 섹슈얼리티를 발달시키는 데에도 방해가 된다. 연구에 의하면, 자신을 성적 대상화하는 관점을 가진 소녀들일수록 성관계시 콘돔 사용률이 낮고 주도성을 갖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의 욕구나 안전, 쾌락에 집중하기보다는 파트너 남성의 판단에 의존한다는 것이다.(67-68p)

 

 

 

ㅡ 김명희,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中, 낮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