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12
심상하게 읽어가기 시작했고 대략 예상이 되는 결말이었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울컥했다. 20년간 도서 구매자와 서점 직원이 주고 받은 도서 주문서와 청구서가 이 책의 전부이다.듣기만 해도 재미없어 보이는 이런 글에서조차 묻어나는 두 인물의 매력이란.
책장을 정리하다가 사방에 책으로 둘러싸여 앉아 순풍에 돛단 여행을 기원하며 몇 자 끼적입니다. 브라이언과 런던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길 빌어요. 브라이언이 전화로 ‘여비만 있다면 우리랑 같이 가시겠어요?’ 그러는데, 하마터면 울음이 터질 뻔했어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이대로가 나을지도, 너무나 긴 세월 꿈꿔온 여행이죠, 단지 그곳 거리를 보고 싶어서 영국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고요. 오래 전에 아는 사람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기네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러 영국에 간다고. 제가, 나는 영국 문학 속의 영국을 찾으러 영국에 가련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더군요. “그렇다면 거기 있어요.”
어쩌면 그럴 테고, 또 어쩌면 아닐 테죠. 주위를 둘러보니 한 가지만큼은 분명해요. 여기에 있다는 것.
이 모든 책을 내게 팔았던 그 축복 받은 사람이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서점 주인 마크스 씨도요. 하지만 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 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145p)
ㅡ 헬렌 한프, <채링크로스 84번지> 中,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