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29
쇠락의 상징 같은 악취나 숨 막히는 먼지, 진득한 웅덩이 따위는 사실 활발한 생명 활동의 증거이다. 악취는 왕성한 미생물 활동의 결과이고 먼지의 상당수는 동물의 분변이나 생물의 죽은 세포이며 웅덩이는 그것들이 순환한다는 증거다. 이끼나 곰팡이, 거미줄 같은 것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생명 활동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런 것들은 쇠락은커녕 오히려 번성의 증거일 때가 많다. 사막이나 극지, 달 표면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그래서 그곳들은 황량하지만 지저분하지는 않다.(57p)
하늘엔 체렌코프복사에 대한 LSD 복용자의 묘사 같은 빛에 휘감겨 있는 형체들이 있을 뿐이었다.(137p)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목깃과 소맷부리를 잘 여미는 것이 좋다. 바람에 날려 온 모래와 흙먼지로 옷 안쪽이 낮은 수준의 아이언 메이든처럼 되는 걸 즐기지 않는다면, 그리고 가축 떼가 이동하면 당연히 흙먼지가 부옇게 일어나는 법이다.(139p)
이런 묘사가 군데군데 등장하는데 예전 같으면 다방면에 지식이 많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은 크게 감흥이 없다.
ㅡ 이영도, <시하와 칸타의 장> 中, 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