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20
와 요즘 책 진짜 안 읽었네. 근자에 장류진 신작도 읽었는데, 따로 남길 문장이 없어서 그냥 패스했다. 이 책은 그냥 무난했다.
나는 복잡한 아픔들에 주로 모른다는 말로 안전하게 대처해왔다. 빼어나고 노련하게, 그리고 예의바르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손사래도 치고. 뒷걸음질도 친다. 그 와중에 김완이나 고승욱 같은 사람은 모르는 채로 가까이 다가간다. 복잡한 아픔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기어이 알아내려 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 손을 내민다.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96p)
이것은 그저 낯섦이 유발하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30년 넘도록 살면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지루하게만 여겨졌던 도시가 이제 와서 조금 낯설어졌다고 새삼스럽게 아름다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치 죽음을 코앞에 두고서야 인생의 아름다움을 뒤늦게 깨닫는 사람들처럼 내가 느끼는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그렇게 회한을 연료 삼은 감정일 뿐일 수 있다. 정말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이 정도로 호들갑스럽게 감격할 만큼 서울은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가 아닐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서울이 그래서 과연 실제로 얼마큼 아름다운지가 아니다. 나는 서울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나에게 주목하고 있다.(136-137p)
ㅡ 요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中,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