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사춘기가 되면 털이 더 많아진다고 느끼기 쉽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만 원래 있던 솜털이 차츰 〈어른다운〉 털로 바뀔 뿐이다. 면도한다고 해서 그 자극으로 털이 자라거나 변하는 일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창 사춘기의 변화가 진행되는 시기에 처음 털을 깎기 시작하기 때문에 면도 때문에 털이 바뀌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뿐이다. 면도를 하면 털이 더 굵어지고 뻣뻣해지며 심지어 더 빨리 자란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어제 음부를 면도한 터라 그곳이 고슴도치처럼 뾰족뾰족한 채로 하루 종일 앉아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털은 주로 죽은 세포로 이루어진다. 털에서 피부 위로 빠져나온 부분은 모두 죽은 단백질이고, 살아 있는 부분은 털집 속에 담겨 있다. 그러니 우리가 털을 깎더라도 털집은 그 사실을 모른다. 죽은 자가 말할 수 있는 건 코르넬리아 풍케Cornelia Funke의 『유령 퇴치 클럽Gespensterjäger』 시리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의 털집은 우리가 거기서 자란 생산물을 무자비하게 깎아 낸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속도로 털을 길러 낼 뿐이다. 그리고 털의 굵기는 털집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데, 면도를 아무리 자주 하더라도 털집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남자와 달리 여자는 사는 동안 계속 새 생식 세포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여성은 처음 세상에 나오는 순간에 약 30만 개의 난자를 다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그 난자들은 아직 성숙한 형태가 아니다. 우리가 갖고 태어난 난자들은 정확히 말하자면 생식력이 있는 난자의 전구 세포인 난모세포이다. 난자 전구 세포(난모세포)는 배아가 5개월째에 이미 다 형성된다. 그 세포들은 나중에 사춘기가 와서 생리가 시작될 때까지 미래의 임무를 예행연습해 보는데, 여러 개가 한 묶음으로 다달이 성숙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뇌에서 오는 배란 신호가 없기 때문에, 그러다가 그냥 죽어 간다. 엄청난 수가 그렇게 죽는다. 여성이 사춘기에 이를 무렵이면 그런 예행연습으로 난자의 3분의 1 이상을 잃고 약 18만 개만 남은 상태다. 25세 무렵에는 약 6만 5천 개가 남는다. 이 난자들은 이후 참을성 있게 제 차례를 기다렸다가 생리 주기에 따라 성숙되어 배출된다.

 

 

 

ㅡ 니나 브로크만, 엘렌 스퇴켄, <질의응답> 中,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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