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7

 

 

우리 부모는 커다란 세상을 결박한 음모나 신경 쓰지, 자기 집 지붕 아래의 애들 얼굴은 안 궁금해한다는 걸. 왜냐? 그건 ‘큰일’이 아니니까.(71p)

 

 

사람들은 자기 주변에 보이는 것만 진짜 세상이라고 믿고 살죠. 자기가 생각하는 비현실이 어딘가에서는 극사실일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못해요.(76p)

 

 

기쁨의 순간은 짧아요. 고난의 기간은 끝이 없고. 저한테만 그런 건 아니겠죠. 고난이, 혹은 자기가 고난받는다고 단단히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사람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도구라는 걸 저는 이미 알아요. 김흥수가 줄곧 써 온 방법이니까.(83p)

 

 

증마 사람들은 아예 반응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어요. 오히려 안경이 공들여 편집해서 여러 커뮤니티에 올린 스크린샷 모음을 보고 증마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어요. 대체 이게 뭔가, 하고. 지금 생각해 보니 안경은 몰랐던 거예요. 증마를 말려 죽이는 방법은 철저한 무관심밖에 없단 사실을. 욕먹더라도 주목받는 게 증마가 세를 키우는 주요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욕하면서 증마의 계정을 찾아간 후에 몇 가지 영상을 보곤 생각한 거죠.

‘···내 인생이 이렇게 안 풀리는 것도 모종의 음모 때문이었나?’

‘아, 정말 그랬던 것 같은데?’

‘맞잖아? 맞아, 그때 그 새끼들이···.’(113p)

 

 

ㅡ 설재인, <사뭇 강펀치> 中, 안전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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