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25

 

 

 

우리의 통화 목소리는 디지털 전환 이후 더 나빠졌습니다. 마이크 성능이 나빠져서는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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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현재 우리는 통화 상대방의 목소리를 덜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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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구형 아날로그 전화기와 달리 휴대폰은 마이크에 잡힌 소리의 전 범위를 전송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 대신 디지털 처리를 합니다. 그 소리를 압축하고 엔지니어들이 불필요한 것으로 판정한 데이터는 모두 제거하는 것이죠.

이러한 효율성은 디지털 소통의 도달 범위를 놀랄 만큼 확대 시킵니다. 음반을 mp3로, 사진을 jpeg로, 필름을 유튜브 영상으로 축소하는 등의 여타의 손실 압축과 마찬가지로, 휴대폰 통화 음성을 압축하면 디지털 통신망을 통해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데이터 패킷이 만들어져요.

엔지니어들은 이와 같은 손실 압축 포맷이 이상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다만 그 목적은 본질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목소리의 본질적인 부분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휴대폰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말을 전달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치워져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배경 소음은 밀려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수많은 작은 소리들도요. 우리의 숨소리. 우리가 듣고 있음을 알려주는 소리.(62-63p)

 

하지만 레코드숍에 가면 제가 찾고 잇는지 몰랐던 음반을 만날 수 있어요. 우연한 발견을 노리고 가는 거죠.

살 만한 게 없을 때도 누구든 거기서 만난 사람에게서 항상 뭔가를 얻어듣게 됩니다. 음반 수집가나 점원은 굉장히 특이한 취향을 가졌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강한 의견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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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데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을 찾아 종종 그곳에 간다. 구식이고, 깨졌고, 쓸모없고, 뭐에 쓰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심지어는 변태적인 물건을 찾아서.”(90-91p)

 

 

그 각각의 접근법이 가진 문제에도 불구하고 폴 라메르와 그의 동료들의 추천 알고리즘이 현재 도달한 단계는 꽤나 경이롭습니다. 저는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발견하기) 기능을 이용하는데 제 음악 취향에 대한 예측이 너무 정확해서 무서울 정도입니다. ‘이 음반을 내가 좋아할 줄 어떻게 알았지?’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음반은 제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이제껏 수많은 음반을 구경하면서 본 기억조차 없지만 저의 컬렉션에 있는 다른 음반들과 정말 비슷한 느낌이어서 어쩐지 들은 적이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제가 들은 적 있는 음악과 실제로 비슷하기 때문일 겁니다. 놀랍지 않은 음악이죠.

놀라움은 ‘발견’과 다릅니다. 우리 모두를 끌어들이고 우리의 시간을 최대한 그들의 제품에 쓰게 하는 데 혈안이 된 거대 디지털 기업에 놀라움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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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그러한 기업들의 영향력을, 그리고 우리 각자가 보는 정보의 부분집합을 생성하는 그 기업들의 알고리즘을 벗어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터넷의 자유와 혼돈을 그들의 만든 프로그램의 지배력과 예측력으로 바꾸어놓는 중입니다.

그런데 오프라인에서는 그와 같은 시스템을 전복하기가 쉽습니다.(103-105p)

 

 

우리는 인간이니 각자 욕망이 있고 욕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만약 저쪽으로 걸어가고 싶다면, 가장 좋은 건 제가 그냥 당신을 통과해서 직진하고 사람들이 좍 갈라지는 것일 테죠. 그러면 저는 거뜬히 저쪽에 도착할 겁니다. 그런 게 아마 인간의 욕망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세상은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적응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디지털이 의미하는 것은 언제나 물이 갈라지듯 길이 열리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우리가 미리 예상한 경험뿐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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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좋아요, 당신이 필요한 게 딱 하나고 그것 말고는 정말로 아무것도 필요 없다면, 그럼 문제없습니다. 거기서 사세요. 단, 그 밖의 모든 것은 놓치고 만다는 사실을 알고 그렇게 하세요. 정말로 그건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저기 밖에 있는 세상은 넓고, 인터넷 바깥에는 물리적인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다른 종류의 경험도 해야 합니다. 그 세상은 훨씬 풍요롭거든요. 거기에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만 있지 않죠. (107-108p)

 

 

왜냐하면 진정한 차이는 소음으로 풍요로운 세상과 오로지 신호만을 얻으려 애쓰는 세상 사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것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소통으로의 전환 속에서 우리가 겪어온 근본적인 변화입니다.(133p)

 

 

 

ㅡ 데이먼 크루코프스키, <다른 방식으로 듣기> 中,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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