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8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된다. 2020년 여름의 비 피해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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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대피소 수용 인원 중 80퍼센트 이상이 이주노동자였다.(24-25p)

 

 

이 권고에는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기숙사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노동자는 사업주의 통제 아래 놓일 수밖에 없는 데다 고립된 지역에 살게 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사는 집은 사업장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시설들과도 가깝고, 주거, 상업, 산업 시설과 서로 연결된 마을이나 도시가 적합하다고 나와 있다. 많은 이주인권단체 활동가들도 이주노동자가 마을에서 선주민(내국인)과 같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지만 현재 마을에 위치한 ‘상시 주거 시설’의 월세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너무 비싸다. 사람이 살 만한 곳에서 내국인들이 내는 만큼 월세를 내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42-43p)

 

 

오랜 기간 임금 체불을 당했다고 하면 일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될 때까지 버텼냐고 되물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질문은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잘못을 탓하는 부적절한 반응이다. 문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재구성해야 한다. 어떻게 고용주는 이주노동자에게 3년 넘게 월급을 주지 않고 붙잡아놓을 수 있었을까? 왜 그동안 이주노동자는 도움을 받을 수 없었을까? 외국인 인력 수급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는 임금 체불 문제에 어떤 대책이 있는가?(51p)

 

 

고용노동부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데, 쓰레이응 씨처럼 임금 체불을 당한 경우, 고용주가 근로계약 해지에 동의하지 않아도 사업장을 변경해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모르는 노동자가 많다. 정보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 제대로 된 제도가 있어도 제도에서 배제되는 것이다.(54p)

 

 

 

ㅡ 우춘희, <깻잎 투쟁기> 中,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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