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14

 

 

발췌하며 읽고 있는데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네. 우선 여기까지 기록해야겠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지위 상징을 사기 위해 멍청하고 비논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아마도 최고로 부유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소득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이와 비슷한 선택을 하리라고 짐작된다. 우리는 어딘가에 속하기를 원한다. 그저 심리적으로 보상받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어디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취업이냐 실업이냐, 나쁜 일자리냐 좋은 일자리냐, 혹은 집이냐 노숙자 쉼터냐 등의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도 K마트에서 살 수 있는 저렴한 옷만으로도 단정한 복장은 갖출 수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정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

단정해 보이는 것은 사회적 예의의 최소 조건이다. 냄새를 풍기지 않는 깨끗한 몸에 더럽거나 해지지 않은 셔츠와 신방 등을 착용하면 단정하게는 보인다. 단정한 용모만으로도 인간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고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거나 성공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다. 나이 들어가는 히피 출신 백인은 한때 반항심에 길렀던 머리를 자르고 기업의 고위 임원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나이 들어가는 블랙팬서 대원은 그들이 혁명으로 뒤엎고 싶어 했던 대상들이 찍은 낙인에서 결코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단정한 용모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삶이 그렇듯 공정하지도 않다.(186-187p)

 

 

가난한 사람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애가 터진다는 투의 발언의 저변에는 우리처럼 열심히 일하고 가난하지 않은 현명한 사람들은 절대 그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우리는 더 나은 판단을 할 것이다. 우리는 돈을 아끼고, (...) 우리가 잊고 있는 (그러나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확실치 않은) 진실은 사회적 위상과 부의 창출과 희생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우리가 누구인지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우리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가난하지 않다는 사회적 위상을 바꿔보면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이 변화한다. 그 누구도 실제로 가난해지기 전까지는 가난해졌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가 없다. 가끔 돈이 없거나, 예전에는 가난하지 않았다가 가난해졌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가난하게 태어나서 이후로도 계속 가난하게 살 것이 확실한 사람들, 관료와 문지기와 좋은 의도에서 누가 품위 있고 점잖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사람들로부터 타고나기를 가난한 사람이라고 취급받는 그런 가난 말이다. 그런 처지에 처해지기 전에는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린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그것을 사지 않을 수 있는 여유가 없다.(190-192p)

 

 

 

ㅡ 트레시 맥밀런 코텀, <시크THICK> 中,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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