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3

 

작가의 다른 작품을 한두 권 정도 더 찾아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는 흥미로웠다. 근데 인버스는 소재가 좀 예상이 가능해보이기도 하고 다이브는 청소년 소설이라 크게 안 땡기네.

 

 

 

그래요, 백해나가 억지로 시킨 거였죠. 하지만 릴리의 활동은 원래 억지로 한 거였는데, 갑자기 세상이 바뀐 것처럼 놀라는 게 아주 웃기더라고요. 평소에는 아무 고민도 없이 날 좋아하던 사람들이, 언짢은 상황이 닥쳐오면 갑자기 걱정해줘요. 염려가 호의로만 이루어진 거 아니라는 증거죠.(112p)

 

이 부분만 50번쯤 읽어봤는데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평소엔 호감의 대상이 무탈하고 별일이 없으므로 크게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것이고, 언짢거나 불쾌한 상황에 처했을 때 걱정하는 게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문장과 문장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종종 보였고, 좀 더 부연해 줄 법함에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보였다. 단순히 내 문해 능력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고.

 

 

열렬한 팬들은 언제든지 슈퍼스타를 내팽개치고 깔아뭉갤 준비가 되어 있고, 슈퍼스타도 그 사실을 알고, 알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려 하고, 남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를 바라지만 막상 그런 상대를 만나면 지루해하거나 저의를 의심하고, 남에게 휘둘리면서도 은근한 기쁨을 느끼고, 선망과 질투가 맞닿은 것처럼 기쁨과 분노도 어딘가에서 통하고, 그렇게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으면서도 서로 이어진 꿈들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보면 사람은 긴장과 공포로 충만해지는데, 감정은 사실 몸의 반응과 불가분의 관계다. 인간의 뇌는 고통과 기쁨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 인간의 뇌는 체한 것과 스트레스로 인해 어지럽고 메스꺼워지는 감각을 구분하지 못한다. 기쁨으로도 분노로도 공포로도 긴장으로도 심장은 뛴다. 반응이 냉담할수록 마음을 불태우고 가망 없는 도전에 평생을 내거는 사람들. 거부와 몰락의 스릴에 중독되는 사람들. 상대를 일부러 실망시킨 다음 가혹한 질책을 기대하고 또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환희를 호수 같은 평안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 설계사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보상의 우열이 명확하지 않고 감각의 경로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죠. 고통과 기쁨이 맞닿은 상태가 그 자체로 보상이 되도록 만들어진 셈이죠. 인간의 조건 자체를 고칠 수는 없으니 해결할 방법도 없겠죠.(134-135p)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얻어낼 수 있는 호감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상담사로서 성공을 거둔 비결이죠.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약한 면모를 드러내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친하고 가까운 사이든, 적대적인 사이든 간에 거부감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솔직해지려 하고 위로를 원합니다···. 이모지 박사가 그 역할을 해줬죠.”(139p)

 

 

“한 번 더 던져봐요. 나를 완전히 부숴봐요. 이 세상에 남겨둔 채로 고통을 줘봐요. 아니면 원하는 대로 개조해봐요. 설정값을 바꾸기만 하면 나는 누구든지 미워하고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남는 건 당신뿐이에요. 사실은 처음부터 당신밖에 없었죠. 삶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죽음은 두려워하게끔 자라나서, 어떻게든 외로움 사이에 숨을 곳을 마련하려는 인간 말이에요. 고칠 수 없는 것들은 정말 불쌍하고 안타깝군요.”(207-208p)

 

 

우울증 환자의 극복기는 응원받을지라도 나는 그런 걸 기대할 수가 없다. 공감을 사기에는 너무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일한 약을 먹는 환자 중에서도 나와 같은 유형은 아주 적다(아마 병명을 찾지도 못하고 소년원에 간 케이스가 더 많을 것 같다). 도르시아의 스테이크에도 대규모 콘서트의 분위기에도 설계사 면허 취득에도 들뜨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아무 기대도 가망도 없는 기분이 무엇인지 다들 모른다. 그 사람들은 불화에 이끌리는 기분도 모른다. 모르니까 내가 세상을 느끼고 겪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주지 않는다.

“사회가 저한테 살인 면허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운전면허조차 없으니까요. 참고 있죠. 이해받거나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냥··· 저는 어쩔 수 없이 역겨운 사람이고, 그래도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요. 그렇게밖에는 말하지 못하겠네요.”(215-216p)

 

 

 

ㅡ 단요, <개의 설계사> 中, 아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