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5

 

소설을 마무리하는 방식이 근사하다. 

 

 

“신들은 결함투성이이고 제멋대로며, 선할 때도 약할 때도 있고, 현명할 때도 어리석을 때도 있고, 자비롭기도 하고 잔혹하기도 합니다. 로봇을 사랑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지요.”

“그래, 그렇더군.”

“제 생각에 절대신앙은 로봇 문명이 성장하며 생겨난 자아비대 현상입니다.”

케이는 눈을 지그시 떴다. ‘부정하기에도 긍정하기에도 정보가 부족하니 일단 좀 더 설명해보게.’하는 눈빛이었다. 훈이 말을 이었다.

“로봇이 신처럼 위대해졌으므로, 그런 위대한 우리가 모실 신이라면 전지전능하기쯤은 해야 위신이 선다고 믿게 된 것이지요. 로봇이 우쭐대고 거들먹거리기 시작하며 생겨난 몽상입니다.”

“흥미로운 해석이로군.”

“로봇이 네 자릿수를 천시한다 해서 우리의 비천함이 증명 되지 않듯이, 로봇이 무엇을 숭배한다 해서 그것의 고귀함을 증명하지 않습니다.”(215p)

 

 

“나는 어리석은 기적을 바랐다. 기적은 우리가 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움을 거두는 것조차 아니었다.”

케이는 듣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렸다.

“기적은 우리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어도, 아니, 어쩌면 영원히 증오한다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것이었다고요.”(278p)

 

 

 

ㅡ 김보영, <종의 기원담> 中, 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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