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15

 

베스트는 배회하는 쥐.

 

 

조: 네 커피, 맛있냐고.

존: 아, 맛없어.

조: 왜?

존: 설탕을 안 넣었잖아.

조: 내 건 너무 달아.

 

숨 막힐 듯한 침묵이 흐른다.

 

존: 좋은 생각이 있어, 조!

조: 네가?
존: 그래, 내가.

조: 뭔데?

 

존은 물 잔을 하나 들더니 물을 바닥에 쏟는다. 그리고 커피 두 잔을 물 잔에 붓고는 섞는다. 섞은 커피를 커피 잔에 각각 다시 따른 다음, 한 잔은 조에게 건넨다.

 

존: 맛을 봐!

조: 뭘?

존: 네 커피!

조: 아까 맛봤는데?

존: 다시 맛을 보라고!

 

조가 커피 맛을 본다.

 

존: 어때?

조: 뭐가 어때?

존: 맛이 있냐고.

조: 아니.

존: 하지만 이젠 너무 달진 않지?

조: 응, 너무는 아냐.

존: 그럼, 뭐야?

조: 아냐, 아무것도.

존: 그런데 왜 맛이 없냐고.

조: 나도 잘 몰라.

 

존도 자신의 커피를 맛본다.

 

조: 여전히 설탕 맛이 안 나나?

존: 아니, 설탕 맛은 나.

조: 그럼, 맛이 있나?

존: 아니.(19-21p)

 

 

ㅡ 아고타 크리스토프, <르 몽스트르> 中, 제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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