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7
그들의 부모는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순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도 사실은 전통의 진수였고 과장이나 과다함의 징후가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싫어했다. 이 집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19p)
어느 날 아침 일찍 해리엇은 어쩐 일인지 재빨리 침대에서 나와 아기방으로 갔다. 거기서 그녀는 벤이 창문턱에 균형을 잡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높은 곳이었다. 그 애가 어떻게 그 위에 올라갔는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일이었다. 창문은 열려 있었다. 일순간 그 애는 밖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해리엇은 생각했다. 하필이면 이때 내가 들어오다니······. 그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충격을 받지도 않았다.(81p)
애들은 항상 그녀가 인정하려 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반적으로 안도하게 되었고 자신이 어떻게 그러한 긴장을 그렇게 오래 견뎌냈는지 믿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벤을 추방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벤에 대해 생각할 때 그건 사랑이나 온정의 마음에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 내부에서 정상적인 감정의 불티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 오히려 죄의식과 공포감으로 그녀는 밤새 잘 수 없었다. 감추려고 애썼지만 데이비드는 그녀가 깨어 있는 것을 알았다.(105p)
ㅡ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中,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