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30

 

 

나는 살면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내심 선우가 내가 본 소설과 영화들의 주인공들처럼 행동하길 바랐던 거다. 평생 믿어온 것을 통쾌하게 부정하기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당당하게 말하면서 자유로워지기를. 그리고 나도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그럴 수 없는 사람도 있는 거다. 증명되지 않은 천국과 지옥을 가지고 태어나는 바람에 그것들에 짓눌린 삶을 버틸 수밖에 없는····(126-130p)

 

 

신을 믿지 않는 데는 실패했다. 교회를 나가지 않고, 성경을 읽지 않고, 기도를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는 거기에 있었다. 신을 믿지 않기엔, 나는 신을 너무 증오했던 것 같다. 하나님은 다만 내 삶에서 천천히 멀어졌다. 연락이 끊긴 지 모래되어 얼굴도 이름도 가물거리는 어린 시절 친구처럼.

(...)

그리고 그것 분하게도 다윗이 희미해지는 속도와 완전히 정비례했다. 정말로 나는 다윗이 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는 걸 열여섯 살의 내게 알려주었다면 그 애는 나를 죽이려 들었을지도 모른다.(313-318p)

 

 

 

ㅡ 정해나, <요나단의 목소리3> 中,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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