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

 

 

시인은 무슨 일이든 견뎌 낼 수 있다. 고로, 인간은 무슨 일이든 견뎌 낼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은 거짓이다. 사실 인간이 진심으로 견뎌 낼 수 있는 일은 손꼽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진심으로 무슨 일이든 견뎌 낼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확신을 지닌 채 성장했다. 이 문단의 첫 번째 문장은 참이다. 그러나 파멸과 광기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51p)

 

물론, 나만 예외로 하고 그들은 모두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날 밤 저녁을 같이 했던 네 사람 중에 결국 아이를 갖게 된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삶은 참 별 볼 일 없으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법이다.(59p)

 

BX를 사랑한다. 물론, 불행한 사랑이다. B는 한때 X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고 말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XB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것도 <전화>로 이별을 알린다. 당연한 일이지만 처음에 B는 괴로워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처럼 점차 마음을 추스른다. 드라마 대사처럼 삶은 지속되는 법이다.(93p)

 

 

로베르토 볼라뇨, <전화>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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