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9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가속노화 선생님 책을 사놓고 안 읽고 있다가 이번에 읽음. 요즘 몸이 좋지 않아 더 와닿기도 한데 실천은 역시 쉽지 않다. 그래도 꾸준히 이 내용을 떠올리며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여기에 운동을 하지 않고 근육을 쓰지 않으면 그림 1의 가로 점선 높이는 더 낮아진다. 당처리 체계의 성능이 떨어져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은 더 높아진다(인슐린저항성). 더 많은 에너지가 뱃살로 간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을 쥐어짜 인슐린이 쏟아져나온다. 잠도 쏟아진다. 이렇게 좋다 깨면 갑자기 당이 당긴다. 인슐린이 급히 혈당을 떨어뜨린 탓이다. 갑자기 떨어진 혈당은 스트레스호르몬의 양대 산맥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코르티솔을 분비시킨다. 음식이 당겨 어쩔 줄 모른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짜증이 난다. 그래서 달달한 간식을 찾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뱃살과 지방간, 근내지방에 있는 지방세포는 여러 가지 나쁜 호르몬을 만들며 염증물질을 쏟아낸다. 특히 스트레스호르몬과 염증물질은 혈관을 손상시켜 혈압을 올리고 멀쩡한 근육단백질을 녹여 혈당을 높일 뿐만 아니라 뇌로 가서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판단과 자제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또 다른 기능도 떨어진다. 자제력이 떨어지니 더 자극적인 것을 찾고 더 먹는다. 본능에 더 충실해진다. 운동 생각이 날 수가 없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근육은 더 빠르게 녹고 배는 볼록해진다. 호르몬 이상도 더 과격해지고 염증물질 또한 더 늘며 판단력과 집중력은 더 떨어진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것이 전두엽의 기능들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증거가 최근 여러 분야에서 확인되고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니 낮은 집중력으로도 볼 수 있는 유튜브나 틱톡 동영상을 뒤적이는 일이 잦아진다.(22-23p)

 

 

결국 쾌락의 총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틀렸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쾌락의 총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비만 늘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져(돈이 아무리 많아도 궁핍을 느끼게 된다) 고통을 받고, 가속노화 사이클에 빠져서 더 빨리 아프고 더 오래 고생하게 될 뿐이다. 욕심은 두 배 네 배씩 늘지만 그렇게 즐겨 봐야 만족의 크기는 재조정된다. 사람은 누울 수 있는 반 평의 공간만 있어도 충분하고 하루에 2,000킬로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이 전부인 생물학적 존재인데, 기하급수적 증가의 마법에 걸려버리면 아방궁을 짓고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게 2,000을 가지면 4,000을 만들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는 상태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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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이 적응 개념을 이해하면 몸과 마음에 유익하고 사회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삶에서 어떤 자극원이 지금 도파민을 분비시키는지 알고, 해롭고 강력한 것들부터 덜어내는 식으로 '도파민 리모델링'일지를 적어보자. 예를 들어 단것이나 술이 당긴다면 언제 당기는지, 그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냥 목이 말랐던 것인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당이 든 음료수나 맥주를 마시는 대신 물 두 컵을 마시고나니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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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행동치료와 비슷한데, '하지 말아야지, 하지 말아야지'하고 억누르는 것보다 이렇게 멈추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억누르기만 하면 스프링을 누르고 있다가 잘못하면 튕겨나가는 것처럼 더 큰 반작용을 만들게 된다.

도파민 리모델링을 하는 데는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며칠 내에 악순환의 고리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고, 2~3주면 일상에 변화가 꽤 생기며, 2~3개월이면 인지와 정서, 체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가 생긴다.(36-38p)

 

 

많은 사람이 개별 도메인에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면 내재역량이 개선된다고 오해한다. 체중과 근육이 계속 줄어드는 사람에게 단백질을 더 섭취하라고 권유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물론 단백질을 먹으라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체중과 근육이 계속 줄어드는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의 진료 경험에 비춰보면 도메인들의 불균형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도메인의 문제가 쌓이면 다른 도메인의 문제로 파급되어 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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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불편하면 그 부위만을 진료하는 전문화된 의료 시스템의 문제가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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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잡적응계의 상호작용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일이 많으니 잠을 줄이거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강제로 책상에 앉혀놓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76-78p)

 

 

이 책의 다음 장에서부터는 각각의 내재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접근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분류는 미국병원협회와 미국노인병학회 등이 만들고 보급한 4M이다. 이동성, 마음건강, 건강과 질병, 나에게 중요한 것의 앞 글자를 땄다. 이 네 기둥 안에서 삶의 태도와 방법 그리고 조금은 세부적이기도 한 내용들을 살펴보려고 한다.(82-83p)

 

 

사람들은 현재와 미래의 신체기능을 연결해 생각하기 어려워한다. 사회체제와 통계의 해석, 보건의료행정이 모두 그렇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65세가 되면 갑자기 온몸이 노인의 몸으로 바뀔 거라는 막연한 착각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이처럼 나이가 든 후의 삶이 현재의 삶과 완전히 분리된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젊은 사람일수록 더욱 강한 듯하다. 그들은 짧고 굵게 살겠다고 호기롭게 이야기한다. 지금은 다른 중요한 일이 많아서 바쁘니, 운동을 비롯한 몸 관리는 나중으로 미루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신체기능은 생애주기에 걸쳐서 연속적,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어느 순간 갑작스레 노인의 몸을 갖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점진적으로 노력해서 만들고 관리한 신체기능은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지지 않는다.(119p)

 

 

단순당과 정제곡물 섭취를 피하는 자연스러운 식사는 식욕을 조절하는 데 두 가지 추가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이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과 관련이 있다. 첫째, 렙틴은 지방을 섭취하면 분비되는데, 지방을 상대적으로 충분히 섭취하게 되어 더 많은 렙틴이 분비될 수 있다. 둘재, 렙틴에 대한 저항성을 서서히 개선하므로 더 적은 양의 렙틴이 분비되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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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스꽝스러운 사례는 몸의 염증을 줄이고 체내 독소를 배출해준다는 '해독주스'다. 어떤 재료를 갈고 짜 넣든 간에 탄수화물을 액체로 만들어서 들이켜면 즉각적으로 혈당이 상승하고 인슐린이 분비되며 곧바로 혈당이 떨어지기 때문에 몸이 정화될 리가 만무하다.

자연스럽지 않은 당 섭취가 끼치는 악영향을 실감하고 싶은가? 일단 2~3일 동안 초저탄수화물 식이를 하거나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일주일 이상 먹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평소에 즐기던 무언가를 먹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자세히 느끼고 기록해보자. 콜라나 오렌지주스를 300밀리리터 들이켜고 1시간 정도 지나면 음식을 찾아 헤매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174p)

 

 

돌봄은 어떨까? 2022년을 기준으로 80~89세 인구(190만 명)와 90세 이상 인구(28만 명)에 발생한 노쇠와 질병, 장애를 돌보는 연령층은 주로 50~59세(850만 명)와 60~69세(720만 명)다. 이 연령대 모두 대가족이 평균적 가족 형태이던 시절의 부모 자식 세대인데도 현재 간병과 관련된 돌봄 인력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60년 뒤를 그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금의 20~29세 인구(670만 명)는 대부분 80대까지 생존할 것이고 이들이 공적, 상업적 돌봄서비스에 의지한다면 그 서비스를 물리적으로 제공할 핵심 연령층은 지금의 0~9세 인구(360만 명)가 된다. 그야말로 '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에 기반한 공적 돌봄서비스가 현재 모습 그대로 유지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이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근본적으로 인구피라미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상업적인 돌봄서비스 역시 유복한 계층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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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현재 20~40대가 믿고 의지할 것은 40~50년 후에도 잘 작동하는 스스로의 내재역량밖에는 없다. 질병과 노쇠 때문에 돌봄이 필요해지는 기간을 되도록 단축하려면 젊을 때부터 4M 도메인의 상태를 건강하게 준비해야 한다.

 

 

 

ㅡ 정희원,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中,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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