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25

 

미안하지만 이런 주제는 확실히 다큐멘터리로 보는 게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인 것 같다.

 

 

훗날 마이애미와 뉴욕, 베네치아와 기타 연안 도시를 잠기게 할 대부분의 물은 다음 두 군데에서 비롯될 것이다. 한 곳은 남극, 또 한 곳은 그린란드다. 킬리만자로산의 눈이나 파타고니아의 빙하가 사라졌다는 소식은 여러분도 종종 들어 보았겠지만, 도시를 잠기게 만드는 규모로 말하자면 육지에 있는 빙하는 이에 별로 기여하는 바가 없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지구 양쪽 끝에 있는 커다란 얼음덩어리 두 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과학자들이 이해한 바에 따르면 그린란드와 남극에서의 위험은 서로 매우 다르다. 남극은 그린란드보다 7배나 더 크고, 얼음도 훨씬 더 많다. 만약 남극대륙 전체가 녹는다면(물론 그 과정만 해도 수천 년이 걸릴 수 있다) 지구의 해수면은 약 60미터 높아질 것이다. 만약 그린란드 전체가 녹는다면(물론 남극이 녹는 것에 비해서는 시간이 더 적게 걸릴 것이다) 해수면은 약 7미터 높아질 것이다.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는 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전 세계 인구 70억 명이 한꺼번에 바다로 뛰어든다 치더라도,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기껏해야 약 0.25밀리미터에 불과하다.(84-85p)

 

 

어째서 그 장벽은 샌디 수준의 홍수에 더해서 (예를 들어) 미래의 해수면 상승을 감안하여 추가로 1.5미터까지 더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은 걸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노골적이면서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또 한 가지 분명한 문제는, 이 장벽이 단지 그 뒤에 있는 사람들만 보호해 준다는 점이다. 로어이스트사이드에 건설될 새로운 방벽은 몇몇 대규모 공공 주택 개발지를 보호하는 동시에, 샌디 때 물에 잠겨서 로어맨해튼에 대규모 정전을 야기한 핵심 시설인 콘에디슨 변전소를 보호한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벽은 그저 로어맨해튼 장벽 두르기의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 "빅유의 실제 목적은 월스트리트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컬럼비아대학의 재난 전문가 클라우스 야코프의 말이다. 월스트리트가 미국 경제에 갖는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이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역시나 샌디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으며, 주민 대부분이 가난하고 흑인인 브루클린의 레드후크에 비야케잉엘스그룹이 설계한 방벽이 건설되려면 과연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까?(226p)

 

 

또한 현실 안주의 문제도 있다. 장벽과 제방 덕분에 사람들은 안전한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는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렇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닥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제방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대피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잘못된 가정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다. 2008년에 중국의 주장 삼각주에 폭풍이 닥쳤을 때, 인근 도시 주하이의 화강암 해벽 3분의 1이 무너져서 물이 시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장벽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어리석어집니다." 리하르트 요리센의 말이다. "장벽 때문에 우리는 위태로운 장소에서 살아가는 것의 위험을 무시하게 됩니다. 그러다 뭔가가 잘못되면 그야말로 파국이 되는 거죠.“

로어맨해튼을 보호하는 방법에 관해서라면 이와는 다른, 그리고 덜 가혹한 방안들도 있었다. 샌디가 닥치기 전에도 뉴욕의 조경건축가 겸 도시설계가 수재너 드레이크가 이끄는 연구진은 로어맨해튼의 가장자리를 2미터쯤 돋우고, 보도 아래 지하의 공공 시설물을 방수 처리하고, 홍수가 나면 물을 붙잡아 둘 수 있도록 거리를 높이고 재설계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물가에 소금물 늪지와 일반 습지대를 완충지로 조성함으로써 파도의 힘을 흡수하고 우수를 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새로운 기반 시설의 재원을 마련하는 한편 땅을 돋운 도시를 물가와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 드레이크의 계획에서는 이스트강을 따라 일련의 새로운 고층 건물을 짓도록 허용했다. 전반적으로 이는 물이 상승하는 세계의 로어맨해튼에 관한 우아한 재상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섬세하고, 복잡하고, 비용이 커서 신속한 처방전으로 내놓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지금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점을 사람들이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그러니 이보다는 차라리 장벽을 건설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리는 편이 훨씬 더 쉽다. "물론 큰 폭풍이 닥쳐서 장벽을 쓸어가 버리기 전까지 그렇다." 드레이크의 말이다.(228-229p)

 

 

 

 

ㅡ 제프 구델, <물이 몰려온다> 中, 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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