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1
이 작가가 어떤 이유로 고평가 받는지 의아하다. 누구 설명 좀 해주실 분? 이 정도면 영상화를 대놓고 겨냥한 러프한 시나리오 아닌가?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이야기가 조금도 흥미롭지 않고 문학적 재미도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 '스테이션 일레븐'을 재밌게 본 터라 새로 출간된 이 책에 기대가 컸는데 '스테이션 일레븐' 원작이 어떻게 쓰여졌을지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다.
루이자에게는 일종의 타락하지 않은 품성이 있었다. 삶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누군가가 쿠션을 대줬던 것 같은 분위기가 났다.(89-90p)
「남편분이 정말 친절하신가 봐요.」한 여자가 말했다. 「작가님이 이런 일을 하시는 동안 따님을 돌봐 주시다니 말이에요.」
「무슨 말씀이시죠?」 올리브가 물었다. 하지만 물론, 올리브는 그 여자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뭐, 작가님이 이런 일을 하시는 동안 따님을 돌봐 주시잖아요.」그 여자가 대답했다.
「죄송한데요.」올리브가 말했다. 「통역기에 뭔가 문제가 있나 봐요. 남편이 자기 아이를 돌보는 게 친절한 일이라고 말씀하시는 줄 알았어요.」(125p)
자녀 양육이 엄마만의 역할로 강제된다는 것이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는 언어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런 언급도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책에서 지적할 만하지만 그저 요즘에는 여성 작가라면 으레 이런 점을 짚어야 하기 때문에 짚는다는 그런 의무감만 느껴진다.
「넌 시간 여행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조이가 말했다. 「재미있어. 처음에는 매력적이지.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인걸.」
(...)
「하지만 개스퍼리, 시간 여행을 가지 전에 2년을 꼬박 공부해야 할 수도 있어. 시간상의 특정한 지점으로 가는 건 어떤 구체적인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거든. 만나리라고 예상되는 모든 사람에 관한 글을 읽어 둬야 해. 시간 연구소에는 오래전에 죽은 사람들을 조사해 여행자를 위한 사건 기록을 만드는 일만 전담으로 하는 직원이 수백 명이나 있어. 시간 여행자는 사건 기록을 전부 숙지할 때까지 그 내용을 연구해야 하고.」조이는 말을 멈추고 술을 마셨다. 「그러니까 개스퍼리, 이걸 상상해 봐. 네가 오래전 어느 시점의 파티에 갔는데,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 정확하게 아는 거야.」
「그거 좀 소름 끼친다.」내가 인정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손쉽게 막을 수 있는 방식으로 죽게 되어 있어, 개스퍼리. 넌 어떤 여자랑 대화하게 될 수도 있지. 예컨대 그 사람한테 어린 자식들이 있다고 해보자. 넌 그 사람이 다음 주 화요일에 소풍을 갔다가 물에 빠져 죽으리라는 걸 아는 거야. 하지만 시간 진행을 망가뜨릴 수 없으니 그 사람한테 <다음 주에 수영하러 가지 마세요>라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어. 그냥 죽게 놔둬야 해.(199-200p)
「때로는 시간 연구소에서 시간을 거슬러 가 피해를 취소하기도 해.」
(...)
「그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알아?」
(...)
「판단 기준은 이거야. 시간 연구소에서는 어떤 피해가 시간 연구소에 영향을 미칠 때만 과거로 돌아가서 그 피해를 취소해. 난 뭘까, 개스퍼리? 너라면 날 어떻게 설명할래?」
(...)
「네가 이해해야 할 점은, 관료 조직은 유기체이고 모든 유기체의 주된 목표는 자기 보호라는 거야. 관료 조직은 그 자신의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해.」(219-220p)
ㅡ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고요의 바다에서> 中,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