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31
 
 
이 책을 읽는 사람이 트위터를 이용하고, 최근 문학을 따라 읽으며, 문학을 둘러싼 논의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이 재미없기는 힘들 것 같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 모두에 해당하지 않으면 덜 재밌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지금 권력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책을 더 낫게, 더 이해하기 쉽게, 더 간결하게 만들고 있었다. 원래의 작품은 독자가 스스로 멍청하다고 느끼게 했고, 가끔은 소외감마저 들게 했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독선적인 분위기 때문에 독자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가능성이 컸다. 아테나의 글에서는 그녀의 온갖 짜증스러운 점이 악취처럼 풍겼다. 반면에 내가 쓴 새로운 버전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 누구든지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67-68p)
 
 
출구 전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법처럼 모든 걸 멈추게 할 사죄의 방법이나 방어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난장판에 휘말려봐야 다 소용없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무슨 말을 내놓든 결국 나한테 불리하게 쓰일 증거만 추가하는 꼴이 될 게 뻔하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승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폭로된 내용을 되돌릴 방법, 인터넷이 나를 잊게 만들 방법은 없다. 나는 영원히 각인되어버렸다. 누구든 구글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거나 문학 행사에서 내 이름을 꺼낼 때마다 표절 스캔들을 끈질기게 나오는 방귀처럼 내게 붙어 다니며 분위기를 망칠 것이다.
이 스캔들, 저 스캔들에 시달리면서도 명성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작가들도 있기는 했다. 대부분 백인이고, 대부분 남성 작가였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연쇄적으로 성희롱을 저질렀다. 할란 엘리슨도 마찬가지였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메리 카를 학대하고 희롱하고 스토킹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천재로 칭송받고 있다.(210p)
 
 
그때는 아테나가 왜 그냥 오프라인에만 머물면서 자기가 부유하고 예쁘고 성공한 작가라는 사실에만 집중하지 못할까 하는 심술궂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테나가 한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분명히 안다. 온라인을 완전히 끊는 건 불가능하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잠들어 있든, 깨어 있든, 아니면 샤워하기 위해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든 매 순간 수십, 수백 아니 수천 명의 낯선 이들이 저 밖에서 당신의 개인 정보를 뒤지며 당신 삶에 교묘히 파고들어 조롱하고, 욕보이고, 심하면 위험에 빠트릴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온라인에 올린 사진과 밈, 유튜브 영상에 단 댓글, 생각 없이 올린 트윗 하나하나가 후회됐다. 악플러들은 그런 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찾아낼 테니까. 나는 첫 하루 동안 많은 디지털 흔적들을 삭제했지만, 웹 기록 보관소에 있는 것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
아니, 트위터는 현실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현실이다. 왜냐하면 그 영역에 출판이라는 사회경제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업계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작가들은 모두 얼굴을 감추고 서로에게서 고립된 채 단어들을 쏟아내는 가상의 생명체들이다. 우리는 누구의 어깨 너머도 엿볼 수 없다. 다들 멋진 척하고 있지만 정말 실제로 그렇게 멋진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십을 접할 수 있다. 실제로 그 일이 벌어지는 곳에 한 자리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온라인에서는 스티븐 킹에서 엿 먹으라고 할 수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스타 작가가 실제로는 출간한 작품 모두 절판시켜야 할 정도로 너무나 문제가 많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출판계의 평판이 끊임없이 구축되고 파괴되는 곳이 바로 온라인이다.(214-216p)
 
 
이런 일들을 누가 제대로 알까? 트위터는 자격이 없으면서도 우리 모두를 열심히 판단한다. 제프리는 누구를 상대하느냐에 따라 기만적이고 폭력적이며 마음대로 상대를 조종하려하는 불안한 거머리가 될 수도 있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 아테나는 꽤 깔끔하게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그럴 수 있었던 건 아름답고 재능 있는 아테나 리우와 사귀는 게 끔찍하다는 제프리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고 이성애자 백인 남성을 동네북으로 삼는 편이 항상 더 쉽기 때문이었다.(250p)
 
 
"나한테서도 훔쳤어." 제프리가 말했다. "끊임없이.“
정신이 멍했다. "지금 그 말은 네 이야기가ㅡ“
"아니, 내 말은ㅡ 그게, 좀 복잡해." 제프리가 주변을 흘깃 둘러봤다. 누가 엿듣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 듯했다. 그는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보다는 어떤 거냐면ㅡ 좋아, 봐봐, 예를 들어볼게. 우린 종종 싸웠거든? 개털 알레르기나 공동 자금 문제 같은, 뭐든 말이 안 되지만 당시엔 되게 중요하게 느껴졌던 그런 걸로 말이야. 그러다 내가 뭔가 절박해서 아무 말이나 막 하잖아? 그러면 바로 그 다음 달 단편소설에 내가 한 말이 그대로 나와. 가끔 다툴 때마다 아테나가 나를 아주 냉정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드고 보곤 했는데, 난 그 표정이 뭔지 알고 있었어. 왜냐하면 아테나가 초고를 구상할 때의 표정이랑 똑같았거든. 그리고 사귀는 내내 난 아테나가 정말 우리 관계에 진심인지, 아니면 모든 게 집필 중인 소설을 위한 건지, 어떤 행동이든 내 반응을 끄집어내 소설에 쓰려고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었어. 미쳐버릴 것 같더라고."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콧대를 눌렀다. "가끔 나를 화나게 하는 말을 하거나 내가 겪은 일에 관해 묻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왠지 조사당한다는 생각, 아테나가 나를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제프리한테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 남자는 아테나한테 <로커스>의 평론가와 맞서는 걸 지원해주지 않으면 레딧에 누드사진을 유출하겠다고 협박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의 눈에 담긴 진심과 고통을 볼 수 있었다. 아테나는 늘 자기가 한 건 상대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트라우마에서 정수를 뽑아내 영원한 것으로, 즉 '고통과 상처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일단 작품을 완성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대단한 구경거리로 만들고나면,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384-385p)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무엇보다 자신의 실제 경험 이외의 것을 상상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며, 연민을 가지고 다양한 캐릭터를 진실하게 그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출판할 수 있는 것은 회고록과 자서전뿐일 텐데,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은 없다. (···)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소외된 작가를 위한 지원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소외된 경험만을 쓰도록 만드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439-440p)
 
 
 
ㅡ R. F. 쿠앙, <옐로 페이스> 中, 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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