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22
소세키의 미완성 유작. 소세키의 어느 작품보다 분량이 많아 두어번 시도했다가 포기하곤 했었는데 이번 주말에 마음 먹고 읽었다. 읽어 본 소세키 소설 중 가장 심리묘사에 치중하고 관념적이었다. 소세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를 좋아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각 인물들이 본론을 얘기하기까지 말을 빙빙 돌리는 게 지나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질질 끈달까. 기존의 소세키 소설이 남성 화자의 심리만 묘사되고 상대방의 심리는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낼 뿐이었다면, 이 소설에서는 화자의 아내인 여성의 심리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게 특기할 만한 점.
실제로 세상에 나가서 단적인 사실과 격투를 하며 일한 경험이 없는 숙부는 한편으론 당연히 어두운 인생비평가여야 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매우 예리한 관찰자였다. 그리고 그 예리한 부분은 모두 그의 어두운 곳에서 파생되고 있었다. 바꿔 말하면 그는 세상물정에 어두운 덕택에 기발한 말을 하기도 하고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의 지식은 풍부한 대신에 조잡하였다. 그래서 그는 많은 문제에 참견을 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방관자의 태도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의 위치가 그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그의 성질이 그를 그쪽으로 몰아넣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어느 정도의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혹은 방법이 있어도 그것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팔짱을 끼고 그대로 있고 싶어 했다. 일종의 노력가임과 동시에 일종의 게으름뱅이로 태어난 그는, 결국 활자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운명의 소유자에 지나지 않았다.(57p)
"그렇게 싫은가? 나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게.“
실제로 그렇게 싫었던 츠다는 이 말을 듣자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반대의 결단을 외부로 나타냈다.
"그럼 마시자."(91p)
ㅡ 나쓰메 소세키, <명암> 中, 범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