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5

 

요셉은 B가 사용하는 초기 단편이라거나 말년의 문제작이라는 식의 표현을 싫어했다. 종교가 무엇이냐는 단순한 질문에 여러 종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신에게는 초기 불교의 소승주의가 맞는 것 같다고 대답하는 종류의 사람들에게 느끼는 거부감과 비슷했다 그런 사람들은 왕의 파티에 가서 오줌을 참다가 방광이 터져 죽은 튀코 브라헤 같은 특이한 이름을 외우고 다닌다.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자신이 여섯 살 칠개월과 일곱 살 석달 사이 였을 때의 후견인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고유명사나 특별한 숫자의 인용이나 디테일로 독자를 현혹할 뿐 자기만의 사유체계는 없다. 분명 책은 안 보고 서평만 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셉이 생각하기에 한국문학에 필요한 소설은 틀에 갇힌 바보들을 화나게 만들 수 있는, 그러니까 패턴을 벗어난 소설이었다. 바보들도 읽게 하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92~93p)

 

류와의 재회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으며 조금 전까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렇게나 지겨웠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이다.(95p)

 

본 것이 적을수록 이상한 것도 많아지는 법이야. 사물은 이상할 게 없는데 그런 사람일수록 공연히 제가 화를 내고 한 가지만 자기가 아는 것과 달라도 만물을 온통 의심하지. 이거, 내 말이 아니고 박지원이야.(109p)

 

 

은희경, <태연한 인생>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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