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문장이나 문체로 승부를 보는 작가는 아닌 듯.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쏟아내는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할머니는 아무것도 거들지 않고 산모 스스로 분만할 것을 주장하는 '늙은 산파'였어요. 과실이 익으면 절로 떨어지는 것처럼 훌륭한 산파는 산모를 달래고 격려하면서 아이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가위로 탯줄을 자르고 생석회를 발라 잡아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인기가 별로 없는 산파였어요. 사람들 모두 할머니를 게으른 산파라고 말했거든요. 사람들은 안팎을 뛰어다니며 수선을 떨고 고함지르며 산모와 함께 땀을 흥건하게 흘리는 '늙은 산파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29p)

 

 

 

ㅡ 모옌, <개구리> 中,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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