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

 

물론 돈은 절대로 돈 그 자체만이 아니다. 돈은 언제나 돈 이외의 것이고, 돈 이상의 것이다. 그리고 돈은 언제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다.(10~11p)

 

나는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잡문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결국 그것 때문에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지만, 거기에는 어떤 낭만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가령 나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선언하고, 훌륭한 인생에 대한 일반 통념에 휩쓸리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은 욕구 같은 것. 내 입장을 고수하고 물러서지 않으면, 아니 그렇게 해야만 내 인생은 훌륭해질 터였다. 예술은 신성한 것이고, 예술의 부름에 따르는 것은 예술이 요구하는 어떤 희생도 치르는 것, 목적의 순수성을 끝까지 지키는 것을 뜻했다.(62p)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꼴이 말이 아니군요. 정말 형편없어요.”

그래. 자네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말인데, 자네가 해줄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네.”

이렇게 말하고는 느닷없이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감정에 떨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자네 집으로 데려다주게.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자네와 사랑을 나눌 수 있게 해주게.”

너무나 뜻밖의 요구여서 나는 깜짝 놀랐다. 기껏해야 커피 한 잔이나 수프 한 그릇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안돼요, 그건. 내가 좋아하는 건 여자지 남자가 아니라고요. 미안하지만 그런 짓은 안해요.”

그가 다음에 꺼낸 말은 내가 이제껏 들은 말 중에 가장 훌륭하고 재치있는 말로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그는 1초도 낭비하지 않고, 낙담하거나 섭섭해하는 기색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고, 어깨만 한번 으쓱하는 것으로 내 대답을 받아넘기고는, 쾌활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물었고, 그래서 대답한 걸세.”(91p)

 

 

폴 오스터, <빵굽는 타자기>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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