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1

 

크게 말을 보탤 게 없이 뻔한 작품이었다. 한때 김애란을 좋아했던지라 에세이를 포함해서 그의 모든 글을 읽어왔다. 그러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으며 내가 좋다고 느끼는 그의 글은 단편에 한정되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졌었고, 이번 작품을 읽으며 그 생각은 더 굳어졌다. 무색무취의 청소년 문학인 줄 알았다.

 

 

 

ㅡ그래? 넌 이야기가 왜 좋은데?

지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ㅡ끝이······ 있어서?

소리가 신기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ㅡ난 반댄데.

ㅡ뭐가?

ㅡ난 시작이 있어 좋거든. 이야기는 늘 시작되잖아.

지우가 잠시 먼 데를 봤다.

ㅡ이야기에 끝이 없으면 너무 암담하지 않아? 그게 끔찍한 이야기면 더.

소리도 시선을 잠시 허공에 뒀다.

ㅡ그렇다고 이야기가 시작조차 안 되면 허무하지 않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잖아.

ㅡ그런가?

ㅡ응.(66-67p)

 

 

누군가 집을 떠나 변해서 돌아오는 이야기, 지우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알았다. 하지만 그 결말을 잘 믿지는 않았다. 누군가 빛나는 재능으로 고향을 떠나는 이야기, 재능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에 몰입하고 주인공을 응원하면서도 그게 자신의 이야기라 여기지는 않았다. 지우는 그보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는 이야기, 그래도 괜찮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 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도?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다만 거기에는 조금 다른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지우는 그 과정에서 겪을 실망과 모욕을 포함해 이 모든 걸 어딘가 남겨둬야겠다 생각했다.(232-233p)

 

 

 

 

ㅡ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中,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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