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2
나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죄책감 같은 것도 모른다. 내가 지나온 평생과 앞으로의 시간에 각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무엇을 하면 평판이 깎이는지, 무엇을 하면 감옥에 가는지, 무엇을 하면 돈을 잃는지, 무엇을 하면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지, 이 모든 감점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뿐이다. 그런 종류의 앎은 도덕이나 예의나 타산처럼 쓰일 수도 있지만 실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내게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의 마음뿐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너무 유아적이고 이기적이라서, 추해지지 않거나 영예로울 까닭조차 알지 못해서, 찰나의 기쁨보다 더 중요하고 복잡한 것을 느낄 능력이 없다. 나는 오래전에 지나간 선택지를 다시금 마주치고, 또 다른 기쁨을 꿈꾸기로 마음먹는다.
ㅡ 단요, <개와 소금의 왕국> 中, 우주라이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