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7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29p)

 

 

살아오면서 알던 이들의 변신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의 변화를 접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그걸 설명할 수 있는 '도발적 사건'을 찾곤 했다. 누군가의 변절, 누군가의 타락, 누군가의 성공, 누군가의 추락, 누군가의 돌변을 말할 때 '걔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로 설명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우주의 만물이 그러하고, 내가 그러했듯, 그럴듯한 이유 없이도 인간은 얼마든지 변하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변화보다 더 어려운 것은 변화하지 않는 것이니 이 자연스러운 결과에 굳이 '도발적 사건'을 갖다붙여 설명할 필요는 없다. 모든 지도에 축척이 있듯이 실제 세계는 이야기의 세계를 초과한다. 다만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뿐.(79-80p)

 

 

 

ㅡ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中, 복복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