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3/30

 

다시 에벤이 생각났다. 뉴욕의 한 부잣집에서 파티가 열렸을 때였다. 패러것은 창문을 열고 떠나가는 몇몇 손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인사하고 있었다. 창문은 아주 컸고, 그는 창턱에 올라서 있었다. 아래쪽에는 쇠로 만들어진 울타리가 둘러쳐 있었는데 언뜻 보면 쇠 촉으로 보일 만큼 끝부분이 날카로웠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를 확 밀었다. 창문 밖으로 점프를 했는지 그냥 떨어졌는지 어쨌든 패러것은 쇠 울타리를 간신히 피해 무릎으로 땅에 착지했다. 떠나가던 손님 중 한 명이 되돌아와 일으켜주어야 했지만 패러것은 추락에 개의치 않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그 손님과 대화를 나눴다. 누가 밀었는지 되돌아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비록 발목을 삐고 무릎에는 타박상을 입었지만 패러것은 웬만해선 그 사건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수년이 흐른 어느 날, 숲 속을 같이 걷던 에벤이 갑자기 이렇게 물어왔다. “사라네 파티 기억나? 그때 넌 엄청 취해 있었는데 누가 널 창밖으로 밀었잖아.” “그랬지.” “누가 밀었는지 내가 말을 안 해줬구나.” 에벤이 말했다. “바로 시카고에서 온 남자였어.” 패러것은 에벤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에벤은 이미 면죄를 받았다는 듯한 태도들 보였다. 에벤은 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더니 고개를 들어 해를 한번 쳐다보고는 길에 떨어진 낙엽을 힘차게 걷어차기 시작했다.(61p)

 

 

“첫 번째, 다른 놈들이 좋은 아이디어는 다 자기 머리에서 나왔다고 느끼게 하라. 두 번째, 도전하는 태도를 가져라. 세 번째, 칭찬을 자주 하고 진심에 찬 감사를 보내라. 네 번째, 잘못을 저질렀다면 재빨리 인정하라. 다섯 번째, 다른 사람들이 ‘예스’라고 말하게 하라. 여섯 번째, 당신의 실수에 대해 얘기하라. 일곱 번째,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줘라. 여덟 번째, 격려를 아끼기 마라. 아홉 번째,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선 그 일이 쉬워 보이게 하라. 열 번째,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걸 상대방도 기뻐하게 하라. 젠장, 이런 건 거리의 매춘부들도 다 아는 거예요. 그게 내 인생이죠. 내 과거라고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죠, 그런데 지금 내가 어떤 지경에 처했는지 봐요. 매력과 성공과 금융의 정수라는 그 지식이 날 어디에 내팽개쳤는지 보라고요. 빌어먹을, 다 집어치울래요.”(111p)

 

 

"만약 자네가 결혼에 관해 내게 조언을 구한다면, 결혼에서 여자랑 그걸 할 수 있다는 점을 너무 중요시하지 말라고 말해주겠어. 아내가 그걸 너무 잘했기 때문에 난 아내와 결혼했지. 내 말은 아내와 나는 진짜 잘 맞았고, 또 적시에 아내가 내 앞에 나타났다는 거야. 몇 년 동안은 정말 죽여주게 좋았지. 하지만 아내가 아무 남자하고나 놀아나자 난 어떡해야 할지 몰랐어. 교회에서는 어떤 조언도 들을 수 없었고 결국 법을 통해 알아낸 사실은 내가 이혼해야 한다는 거였지.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도 아이들은 내가 떠나는 걸 바라지 않았어. 심지어 아내는 자신이 하고 다닌 짓에 대해 말하기까지 했어. 내가 왜 아무남자와 놀아났냐고 화를 내니까 아내는 그 생활도 쉬운 건 아니라고 훈계 비슷하게 말하더군. 길거리의 아무 남자와 그 짓을 하는 것도 아주 외롭고 위험한 일이라는 거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나 뭐라나. 정말 그렇게 말했어. 그렇게 훈계했다고. 아내 말에 따르면 영화나 책에서는 그게 아주 멋지고 쉬운 일로 보이지만 실제 부딪혀보면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거야. 그러면서 한번은 내가 집을 나가고 없을 때 술집과 식당을 겸한 곳에 친구들과 식사하러 갔던 일을 예로 들더군. 노스다코타에는 술 마시는 곳과 식사하는 곳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법이 있네. 아내 일행은 술을 마신 후 식사를 하려고 자리를 옮겼지. 그런데 거기서 바에 앉아 있던 아주, 그야말로 아주 멋진 남자를 보게 된 거야. 아내는 출입구에서 그놈한테 음탕한 시선을 보냈고 그놈 역시 즉각 답례 미소를 보냈다더군. 무슨 말 하는지 알겠지? 음탕한 시선을 말일세.

아내는 누구나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자신은 디저트를 먹지 않고 비어 있는 집으로 당장 돌아가 책을 읽겠다고 친구들한테 말했대. 집에 남편이나 아이들이 없다는 걸 놈한테 알리고 싶었던 거지. 바텐더가 아내와 잘 아는 사이여서 놈한테 주소를 알려줬다는군. 집에 들어서자마자 벨 소리가 울렸는데 바로 그 녀석이었대. 녀석은 현관에서부터 아내에게 키스해대기 시작하더니 아내 손을 잡아 거시기를 잡게 하곤 바지까지 내렸다는구먼. 현관에서 말이야. 그제야 아내는 알았지. 놈은 아주 잘생기기도 했지만 아주 더럽기도 하다는 걸. 한 몇 달은 씻지 않은 것 같았다고 하더군. 하여간 그놈이 풍기는 악취에 섹스고 뭐고 생각이 싹 달아난 아내는 어떻게 하면 그놈을 씻게 만들까 궁리했대. 계속 키스해대던 놈이 옷을 벗기 시작하자 냄새는 더욱더 고약해졌고 그래서 일단 씻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말해봤다더군. 그랬더니 글쎄 그놈이 자기는 엄마가 아니라 여자를 찾아왔다면서 갑자기 화를 내더라는 거야. 씻으라는 말은 엄마나 하는 소리라면서 목욕하고 이발하고 이 닦으라는 잔소리나 들으려고 여자를 찾아 술집을 어슬렁거리는 게 아니라고 하더래. 그 말을 한 후 놈은 다시 옷을 입고 나가버렸지. 아내가 그러더군, 그러니 그 짓을 하는 것도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207~208p)

 

 

 

ㅡ 존 치버, <팔코너> 中,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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