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잘 읽혔다. 그게 단점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저 거창한 제목을 봤을 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 굳이 이렇게 길고도 긴 소설로 만들어야 했느냐는 의문이 들었을 뿐이다. 소설 보다는 하루키의 에세이와 여행기를 찾아봐야겠다. 기억에 남는 구절은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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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7




지난번에 나이를 먹으니 밸런타인데이가 하나도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썼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서 재미없어지는 건 밸런타인데이만이 아니다. 생일도 영 재미가 없어지고 만다. 자랑할 건 못 되지만, 최근의 내 생일에는 재미있는 일이 한 가지도 없었다.

 물론 선물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 마누라는 선심 쓰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선물 뭐가 좋아요? 뭐든 사줄게요!"라고 말하고, 또 대개는 실제로 사준다. 그러나 말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그녀가 사든 내가 사든 돈 나오는 구멍은 똑같은 것이다. 10만 엔짜리 카세트덱을 사다줘서 우아! 하고 당장은 기뻐 날뛰어도, 월말이 되면 "저기, 이번 달 생활비가 모자라는데" 할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런 걸 생각하면 생일선물로 무얼 받든 기쁘지 않고 감동도 없다.(107~108p)

 


센다가야에 살던 시절, 집 근처 킬러 거리에 맛있기로 평판이 난 라면집이 두 곳 나란히 있었는데, 그 앞을 지나면 싫어하는 라면 냄새가 풀풀 풍기는 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늘 고생스러웠다. 어느 친구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라면이 먹고 싶은 격렬한 욕망을 억누르느라 굉장히 고생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라면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하는 차이만으로도 인생살이의 양상이 꽤 달라지겠구나 싶은 기분이 든다.(228~229p)



ㅡ 무라카미 하루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中,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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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 스토커

from Movie 2015. 1. 5. 07:12
"You know I've often wondered why it is we have children in the first place,

And the conclusion I've come to is... At some point in our lives, we realize things are...

They're screwed up beyond repair. So we decide to start again.

Wipe the slate clean, start fresh. And we have children. ...

Little karma copies, we can turn to and say you will do what I could not.

You will succeed where I have failed. Because we want someone to get it right this time."


ㅡ 박찬욱, <스토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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