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9

 

하지만 이미 말했듯 자본주의의 냉혹한 시장에서 아무나 승자가 될 리 없고, 진짜 고급 정보라면 먼저 순순히 이야기해 줬을 리가요. 제가 본 세상의 이치에 따르면 누군가 나에게 권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고,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남들이 한사코 감추고 있는 일입니다.(97p)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기주장을 수정하는 사람에 대해 ‘소신이 없다’, ‘말 바꾸기를 한다’며 비난하는 일이 많지요? 틀린 이야기를 끝까지 고집하면서도 ‘이게 내 소신이다!’라는 스탠스로 일관하는 사람에게는 일단 한 수 접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소신’이라는 말은 면죄부가 아닙니다. 히틀러도, 무솔리니도, 스탈린도 평생 소신을 지킨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소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까. 저는 소신 강한 사람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인식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얼마나 오류에 빠지기 쉬운지를 생각한다면 언제나 자신의 결론이 잠정적인 것에 불과함을 인정하고, 주저 없이 결론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202p)

 

 

 

ㅡ 문유석, <판사유감> 中,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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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17

 

 

이상하죠. 아무리 힘들었던 일도 추억 속에선 즐거웠던 일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불쾌했던 일이나 때때로 화가 났던 일조차 추억 속에서는 불쾌감이 사라지고, 상상 속에서 매혹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니 말입니다.(23p)

 

 

처음엔 이렇게 시작합디다. <마까르 알렉세예비치, 당신은 좀 이상한 분이시군요.> 그러다가 차츰 <마까르 알렉세예비치에게는 물어보지도 마세요>라는 말까지 들리더라고요. 지금은 아예 어떤 일이 끝나고 나면 <그러면 그렇지, 마까르 알렉세예비치는 원래 그래>라는 말로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 이제 당신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아시겠지요. 하나같이 마까르 알렉세예비치 핑계만 댄단 말입니다.(81p)

 

 

그들에겐 아이 둘이 더 있어요. 젖먹이하고 여섯 살이 조금 넘은 여자아이예요. 어린아이가, 자기 핏줄을 이어받은 어린아이가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아이의 존재가 어떻게 기쁨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아이 아버지는 낡아서 기름때가 줄줄 흐르는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울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눈이 짓물렀기 때문에 그냥 흘러내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88p)

 

 

바렌까, 제 목을 조이는 것은 사람들이에요, 그렇죠? 제 목을 조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느껴지는 불안감, 사람들의 수군거림, 야릇한 미소, 비웃음입니다.(153p)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가난한 사람들>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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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31

 

 

음주가 종교보다 바람직한 이유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사람은 아직 없다.

다른 술을 마신다는 이유만으로 전쟁이 일어난 경우는 없다.

판단력이 없는 미성년자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마시는 술의 상표를 바꿨다는 이유로 배신자 취급을 당하지는 않는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화형이나 투석형에 처해진 사람은 없다.

다음 술을 주문하기 위해 2000년이나 기다릴 필요는 없다.

술을 많이 팔기 위해 속임수를 쓰면 법에 따라 확실히 처벌받는다.

술을 실제로 마시고 있다는 것은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다.(20p)

 

 

나에게는 재능이 있는데 바보 같은 주위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늘 푸념만 하는 사람이 있다. 탤런트의 어원에 의하면 재능은 묻힐 리가 없다. 그 재능을 꽃피우는 힘도 재능에 포함되기 때문이다.(22p)

 

 

이상적인 인간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걸까요?”

그건 아마 영국인처럼 요리를 잘하고, 프랑스인처럼 외국인을 존경하고, 독일인처럼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이탈리아인처럼 성실하고, 미국인처럼 외국어가 능숙하고, 러시아인처럼 술을 자제해서 마시고, 일본인처럼 개성이 넘치는 사람이겠죠.”(47p)

 

 

 

요네하라 마리, <교양 노트>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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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23

 

 

나는 인류를 사랑하지만 나 자신에게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인류 전체를 사랑하면 할수록 개개인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상 속에서는 곧잘 인류에의 봉사에 대해 열렬한 생각을 품기도 하고 만일 어떤 기회에 갑자기 그럴 필요가 생긴다면 인류를 위해 정말 십자가라도 젊어질 듯한 심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어떤 사람하고든지 단 이틀도 한방에서 같이 지낼 수가 없다. 이건 실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누구든지 내 옆으로 다가오기만 하면 곧 그 개성이 나의 자존심과 자유를 압박한다. 그래서 나는 단 하루 동안만 함께 있으면 상대방이 아무리 훌륭한 인간일지라도 곧 그에게 증오를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은 식사를 너무 오래 한다고 해서, 또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려 연방 코를 풀고 있다고 해서 증오를 느낀다. 즉 나는 어떤 사람이 조금이라도 나를 건드리기만 하면 곧 그의 적이 되어 버린다. 그 대신에 개개의 인간에 대한 증오가 심하면 심할수록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은 더욱더 열렬해진다.’(94p)

 

지금처럼 유형에 처하여 징역살이를 시키는 그런 방법으로는, 전에는 거기다 태형까지 있었습니다만, 결코 아무도 교화시킬 수 없소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거의 어떤 범죄자에게도 공포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범죄의 수를 줄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갈수록 그 수를 더 증가시킬 뿐이외다. 여기에 대해서는 당신도 아마 동감이리라 믿소. 그래서 결국 이런 방법으로는 사회는 전혀 보호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요. 그도 그럴 것이 유해로운 인간이 기계적으로 격리되어 눈에 띄지 않는 먼 곳으로 추방된다 하더라도 곧 그 대신에 다른 범죄자가 하나 둘 나타나게 마련이니까요.(105p)

 

언젠가 오래 전에 어째서 당신은 아무개를 그렇게 증오하시오?’라는 질문을 받던 일이 문득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때 그는 어릿광대 특유의 파렴치한 감정에 지배되어 이렇게 대답했었다. ‘그건 이런 이유에서지요. 그 사람은 사실 나한테 아무것도 언짢게 한 거라곤 없어요. 그 대신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비열한 짓을 했어요. 그런데 그런 짓을 하자마자 곧 그 사람이 미워지더군요.’(141p)

 

당신이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은 드미트리뿐입니다. 제발 이점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형의 모욕이 심하면 심할수록 당신의 사랑은 더욱 뜨거워질 겁니다. 이게 바로 당신 자신의 특징이니까요. 당신은 지금 그대로의 형을 사랑하고 있는 겁니다. 당신을 모욕하는 그 형을 사랑하고 있는 겁니다. 만일 형의 행실이 좋아진다면, 당신은 곧 사랑이 식어 형을 버리고 말 테죠. 당신에게 형이 필요한 것은, 당신이 항상 자신의 정조의 미덕을 염두에 두고 형의 불성실을 책망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가 당신의 오만한 자존심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많은 굴욕과 자기 비하가 따르겠지요. 그러나 어쨌든 이 모든 것은 자존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313p)

 

나는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해 두지만 다수의 인간에겐 일종의 특이한 성질이 있는데, 그것은 어린애를 학대하는 취미야. 그것도 상대가 어린애에 국한되어 있거든. 이렇게 잔인한 가해자들도 다른 모든 인간들에 대해서는 박애심에 넘친 교양 있는 유럽 사람과 같은 얼굴을 하고 더없이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학대하는 일만은 무척 좋아해서 그런 의미에선 아이들 자체를 사랑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 즉 아이들의 무방비 상태가 이런 가해자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거야. 아무데도 갈 곳 없는, 누구한테도 의지할 데가 없는 조그만 어린애들의 천사처럼 순진한 마음, 이것이 폭군의 더러운 피를 끓게 하는 거지. 물론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는 야수가 숨어 있어. 걸핏하면 성을 내는 야수, 희생당한 피해자의 울부짖음에 정욕적인 흥분을 느끼는 야수, 사슬에서 풀려나 멋대로 날뛰는 야수, 음탕한 생활로 해서 풍병이니 간장병이니 하는 병에 걸린 야수, 이러한 야수들이지. 그래서 그 다섯 살 먹은 가엾은 계집애를 그 교양 있는 부모는 온갖 방법으로 고문한 거야. 무엇 때문인지 자기들도 모르면서 그저 쥐어박고 때리고 발길로 차고 하여 계집애는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버렸어. 그러나 그 부모들은 그것도 나중에는 싫증이 나서 교묘한 기교를 부리게 되었지.(395p)

 

바로 그거야. 하지만이 문제지하고 이반은 소리쳤다. “이것 봐. 수도사님, 이 세상에는 어리석은 것이 너무 많이 필요해. 이 세상은 어리석은 것을 발판으로 서 있기 때문에, 그것이 없다면 아마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우리는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니까!”

그럼 형님은 무엇을 알고 계시죠?”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헛소리라도 하고 있는 듯이 이반은 말을 이었다. “이젠 아무것도 이해하고 싶지 않아. 나는 사실에만 머물고 싶어. 벌써 오래 전부터 이해하지 않기로 결심했어. 무언가를 이해하려들면 곧 사실을 왜곡하게 되거든. 그래서 나는 사실에만 머물기로 결심한거야.”(398p)

 

대심문관 파트 전문(404~434p)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 상> , 범우사

,

2016/7/23

 

 

하지만 이 세상에선 무엇이든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기쁨 역시 다음 순간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고 또 그 다음엔 더욱 시들해져서 마침내 예사로운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그것은 마치 작은 돌이 물에 떨어졌을 때 생기는 파문이 결국 다시 평평한 수면으로 되돌아가는 것과도 같다.(39p)

 

 

고골,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민음사

,

2016/7/22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으면 축하받을 일이 적은 인생이야.

축하해라고 열심히 말할 뿐, ‘고마워라고 말할 기회는 적지.(21p)

 

 

마스다 미리, <수짱의 연애> , 이봄

,

2016/7/22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땡볕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은 없고

결코 화내지 아니하며

늘 조용히 웃으며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먹으며

모든 일에

제 이익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깨달아

그리고 잊지 않고

들판 숲속 그늘에 지붕을 새로 이은

작은 오두막에서 살며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가서 돌봐주고

서쪽에 고단한 어머니가 계시면

가서 그 볏단을 져주고

남쪽에 다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두려워할 것 없다고 말해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두라고 말리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위 닥친 여름에는 어찌할 바 몰라 허둥거리고

모든 사람에게 바보 소리를 들으며

칭찬도 듣지 않지만

걱정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96p)

 

 

마츠다 나오코, <중쇄를 찍자 1> , 애니북스

,

2016/7/22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어느 날 문득 모습을 드러낸다. 한낮에 우연히 눈에 띈 그 달처럼. 하지만 그건 줄곧 그 자리에 있었던 거야. 그저 알아채지 못했을 뿐.(161p)

 

 

요시다 아키미, <바닷마을 다이어리 2> , 애니북스

,

2016/7/23

 

발췌독. 미국 저자가 쓴 책이라 한국의 실상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낸시 스나이더맨, <의학 상식 대반전> , 랜덤하우스

,

2016/7/14

 


버나드는 헨리 포스터나 베니토 후버 같은 남자를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명령에 복종시키기 위해 엡실론 계급에게 고함칠 필요가 없는 사람들, 자신들의 사회적 우월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물고기가 물 속을 헤엄치듯 계급제도의 숲속을 자연스럽게 거니는 사람들자신에 대한 자아의식도 없으며 자신들이 생존하는 고맙고 안락한 요소에 대해 별도의 의식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안주할 수 있는 사람들! 버나드는 부러웠다.(83p)

 

친구라는 것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는, 우리가 우리의 적에게 가하고 싶지만 가할 수 없는 벌을 (보다 온건하고 상징적인 형태로) 그로 하여금 받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다.(226p)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 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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